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축년 새해를 맞은 주요 기업들이 변화 속 미래 준비와 사회적 공감, 고객가치 최우선 등을 화두로 내세워 위기 돌파에 나섰다. 글로벌 환경·사회 문제가 대두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재계의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LG는 2021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로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 모두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임직원들에게 각각 온라인 화상회의, 이메일, 영상을 통해 새해 메시지를 전했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기업들은 새해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창의적 해법으로 위기를 돌파할지 대응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비대면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IT 중심 융합산업 재편 가속화와 AI와 바이오, 데이터, 미래차, 로봇 등 분야 선점을 위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ESG 경영과 관련해 "외부 투자 의사결정 시 비재무적인 요소로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ESG에 대한 관심이 점차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환경 문제에 취약한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삼성 "10년 보고 미래 준비…사회와의 동행, 준법 문화 중요"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사회·경제 전반의 변화가 촉진되고 있는 경영 환경 속에서 올해를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신기술∙신사업이 부상, 데이터∙인텔리전스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10년을 보며 도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4일 "변화 물결 속에서 '도전과 혁신'이 살아 숨 쉬는 창조적 기업으로 변모해 혁신의 리더십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업계 판도를 주도하자"며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고, 고객 경험 및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되자.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 보며 새로운 준비를 하자"고 당부했다.
또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와의 '동행'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사회 공헌 활동과 협력 회사, 지역 사회, 다음 세대까지 고려한 삼성만의 '지속가능경영'을 발전시켜 인류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자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자"며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준법 문화의 정착,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적극 부응해 신뢰받는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자"고 전했다.
삼성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근무일부터 평택2공장을 방문, 반도체 사업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며 미래 준비에 나섰다. 또 협력사들과의 상호 협력을 통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강조해 온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同行)’ 비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 SK "사회 공감하는 新기업가 정신 필요…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집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해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신년사를 취소하고, 해당 예산을 결식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데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로 전국의 많은 무료급식소가 운영을 중단한 상황에서 SK그룹이 15년간 진행해 온 ‘행복도시락’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역시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어려운 여건들이 우리의 행복추구를 저해하지 못하도록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도전과 패기,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기초로 힘과 마음을 모아보자”고 밝혔다.
SK㈜는 새해 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4대 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 투자 생태계 확장에 발 빠르게 나설 방침이다. 반도체, 배터리 영역의 첨단 소재와 수소 에너지, 바이오 신약, 인공지능 기술 등 핵심 동력 역량을 높이고,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장 선도 위상을 강화할 목표다.
장동현 SK㈜ 사장은 "올해부터 실천해 나갈 파이낸셜 스토리는 SK가 가진 다양한 툴을 담아 시장과 사회에 약속하고 평가받는 SK만의 딥 체인지(Deep Change) 실현 방법"이라며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며 기존 투자 지표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LG, 고객 가치 경영 구체화…"고객 감동 완성시켜 LG 팬 만들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새해 고객 가치 실천에 대한 경영 철학 메시지를 더욱 구체화해 전했다. 구 회장은 LG의 고객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초세분화를 통한 고객 이해와 공감 ▲고객 감동을 완성해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일 ▲고객 감동을 향한 집요함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별로 각각의 니즈를 깊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평범하고 보편적인 니즈가 아니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니즈를 찾아야 한다"며 "고객 인사이트를 어떻게 구체적인 가치로 제품, 서비스에 반영할지 넓고 다양하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AI,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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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구 회장은 2019년 ‘LG만의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 세 가지로 정의했다. 지난해에는 고객 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구 회장은 "고객을 세밀히 이해하고,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드는 한 해를 만들자"며 "이 모든 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객 감동을 향한 집요한 마음이다. 고객이 감동하고 열광할 때까지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집요함으로 작은 것 하나부터 정성스레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