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징역 9년 구형…이재용 "삼성 준법 약속 꼭 지키겠다"

결심공판 준법경영 의지 호소…재판부 최종 선고 내년 1월18일 예정

디지털경제입력 :2020/12/30 21:06    수정: 2020/12/31 09:37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변호인 변론에 이은 최후진술에서 삼성 준법경영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재판부의 최종 선고는 내년 1월 18일 이뤄진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국정농단 사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 징역 9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2018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부 금액을 유죄로 봐야 한다고 보고 지난해 8월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 특검 "삼성, 국정농단에 적극 응해…준법감시제도 양형 요소로 부족"

특검은 "삼성은 다른 기업 대비 더 크고 절대적인 경제 권력을 갖고 있다. 유일하게 대통령과 윈-윈 파트너 기회를 가졌다"며 "대통령이 불법적 요구를 해도 부정행위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게 삼성 위치다. 그럼에도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부정적 이익에 적극적으로 나아갔고 범죄행위를 쉽게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남아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정치적 권력이든 최고 경제적 권력이든 동일한 기준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며 "동일 행위를 했음에도 누구는 봐주기를 하는 아시타비 내로남불과는 대척점에 있는 원리다. 최근 우리 사회 법치주의의 위기를 타개하거나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범행 후 진지한 반성 여부의 근거사실 중 하나의 불과한 준법감시제도 실효성을 빌미로 양형구간을 이탈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 법원조직법을 위반하는 위법적 결정일 것"이라며 "삼성 준법감시제도 실효성 여부는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가 아니라면 양형 사유가 될 수 없다. 기존 대비 제도를 강화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자료 이미지(사진=뉴스1)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측에 향후 정치권력자 요구에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안 마련을 요청했고, 지난 2월 삼성그룹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독립 출범해 11개월가량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게 점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했지만. 특검 측과 삼성 측 각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에서 준법감시제도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양형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동일한 사법적 기준을 적용해 오늘날의 법치주의를 구현해야 한다. 사법적 기준과 달리 정치적, 경제적 기준은 그 시기와 상황에 따라 변화해 법치주의에 적용될 수 없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과도한 형벌과 피고인의 사회공헌 활동 무시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법치주의 가치와 헌법정신 수호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변호인 "대통령 압박에 수동적 응한 것…준법 제도 결코 보여주기식 아냐"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수동적 뇌물공여를 한 점과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강화된 준법지원, 독립된 준법감시위원회, 준법 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지속 강화된 점을 들어 최종 변론을 이어갔다.

변호인 측은 "정치권력에 대한 뇌물 제공 방지를 위해 대외후원금 등 심의절차를 강화했고, 준법위가 삼성 관계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개입, 감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총수 일가 사익 추구 방지를 위한 거래 감시를 하도록 규정이 마련됐다"며 "삼성과 피고인은 부족한 부분을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반영해 보완·강화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삼성 사업지원TF를 과거 미래전략실과 동일한 업무 수행 조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일부 기능을 이어받았지만 외부 인수합병(M&A), 인사에 한정됐고 과거 대관, 홍보, 감사 기능은 갖고 있지 않다"며 "인력도 과거 미전실 인력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동 문제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어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으나 대통령 질책을 받고 응하게 된 것이고, 횡령은 그 자체가 범죄 목적이 아니라 외부 강압에 따른 지원의 일환으로 이뤄진 부수적인 것"이라며 "특검은 이번 사건 관련 정경유착 표본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끝으로 "이 부회장 등 피고인 3인은 상당한 수감생활을 했고, 준법감시제도 역시 간과될 양형 요소가 아니다"며 "삼성 최고경영진 중 준법위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재판장 요청으로 만들어졌지만 피고인의 개선의지와 준법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결코 형식적인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점을 단언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용 "두 번 다시 잘못 되풀이 않겠다…대국민 약속 책임지고 이행"

이 부회장은 변호인에 이어 최후진술을 통해 "두 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최근 아버님을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삼성을 모두가 철저하게 준밥감시 틀 안에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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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판부께서는 단순한 재판 진행 그 이상을 해주셨다. 삼성이란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준법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나아가 저 이재용은 어떤 기업인이 돼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셨다"며 "최선을 다해 회사를 키우는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이 이런 문제로 또다시 논란에 쌓이는 일 다시는 없을 것이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조와 경영진이 활발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겠다. 국민들과 삼성이 한 약속 책임지고 지키겠다. 저 좀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