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X’ 문 정말 문제인가?...고정벽면충돌 기준 살펴보니

사고 당시 운전석 문 잠금 해제됐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

카테크입력 :2020/12/24 09:15

지난 9일 서울 용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 X 충돌사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테슬라 차량이 화재나 응급상황 시 외부에서 차량 문을 열 수 없다며 국내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테슬라에 대해 “사고시 탈출이 차단되는 전기차”로 규정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서에 “전기차는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 작동하는 차량인 만큼 전원공급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차량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된다”며 “이로 인해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음이 테슬라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세계 각국에서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예를 들어 테슬라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충돌 후 모든 승객이 공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좌석 열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 X 충돌사고 현장 (사진=뉴시스(용산소방서 제공))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내 '고정벽정면충돌 기준'

박상혁 의원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주장이 담긴 보도자료와 성명서는 더 안전한 전기차 개발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델 X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주장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서 관계자가 사고 당시 도어를 여는데 애를 먹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실제로 차량 도어의 결함과 연관됐는지는 알 수 없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내 ‘별표 14의 7’ 부분을 살펴보면 고정벽정면충돌 기준이 나와있다.

이 기준 ‘라’ 항을 보면 “충돌시 문은 열리지 아니하여야 하며, 충돌 후 문의 잠금장치 기능은 해제될 것”이라고 나왔다.

지디넷코리아 취재결과 당시 모델 X 차량을 주행했던 대리운전 기사는 사고 후 창문 스위치를 다 내려 가까스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 운전석 도어 잠금장치가 해제됐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테슬라 모델 X의 외부 도어 핸들은 스마트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다가가면 튀어나오는 플러싱 타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내부 1열 좌석(운전석, 조수석)에는 12V(볼트) 배터리 방전이나 비상상황 시, 수동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도어 핸들이 자리잡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1월 올린 트윗 내용에 따르면 모든 테슬라 차량은 사고 시 내부에서 도어를 열 수 있는 백업 전력이 구축된다. 만약 사고 이후 탑승객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얼마든지 도어를 열고 탈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정벽정면충돌 기준 ‘마’항을 보면, “충돌 후 모든 승객이 공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좌석 열 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릴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또 “다만, 좌석 열당 문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열에 탑승한 승객이 문이 있는 열의 좌석 또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이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도 있다.

만약 대리운전 기사가 있었던 운전석 쪽 도어가 사고 이후, 수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었다면 테슬라 모델 X는 이미 해당 기준을 충족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고 후 앞좌석 도어 작동 유무는 경찰 조사와 국과수의 정말 감식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팰콘 윙 도어 방식이 적용된 테슬라 모델 X (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전한 차량 인명 구조 가이드라인 내용 일부를 살펴보면, 차량 충돌 사고 시 우선적으로 창문을 깨트린 다음, 도어 전체를 절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내연기관차량 등 다른 차량들도 테슬라 모델 X 차량처럼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이 직접 기계식 도어 핸들을 활용해 탈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도 충돌 사고가 났을 때 기계식 도어 핸들이 잘 작동되지 않아, 일반인이 사고 차량에 탑승객을 구조하는데 애를 먹은 사례도 있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 충돌 사고가 나면 소방서가 가지고 있는 유압기를 활용해 인명 구조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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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슬라 모델 X 사고로 차량 후드 쪽에는 불꽃이 올랐고, 동승석에 탔던 차주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창문 스위치를 활용해 탈출에 성공했던 대리운전 기사가 동승석 차주 구출을 시도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테슬라 모델 X 사고의 원인을 급발진으로 보고 있지만, CCTV 분석 결과 사고 직전 후미등 점등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