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용산 테슬라 모델 X 사고 때 운전자는 어떻게 탈출했나

소방서 관계자 "창문 스위치 다 내려 탈출”

카테크입력 :2020/12/22 09:43

지난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 X 충돌사고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이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충돌사고의 원인을 급발진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충돌 사고가 발생한 후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대리운전 기사는 어떻게 탈출했을까?

용산소방서 화재 조사 담당자는 21일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났을 때 당시 운전자는 운전석쪽 창문 스위치를 내린 후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차량을 운전했던 대리운전 기사는 용산소방서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계속 남았다.

아직까지 사고 차량을 운전했던 대리운전 기사가 조수석에 있던 차주를 구출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과정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말 차량 전동식 개폐장치가 문제였을까

사고 당시 테슬라 모델 X의 내부 전력은 어느 정도 남아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테슬라 모델 X는 주차장 벽면에 충돌한 후 차량 후드 쪽에 불이 붙었다. 이 때 번호판 등은 켜져있었다. 운전자가 사고 이후에 창문 스위치를 조작한 후 탈출했다는 용산소방서 화재 조사 결과도 있었다.

차량의 전력이 남아있었다면, 운전자나 조수석 승객이 얼마든지 도어 핸들을 사용해 차량 바깥으로 탈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모델 X는 주차장 벽면을 들이받은 후, 차량 앞쪽 후드가 심하게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조수석에 탑승했던 모델 X 차주는 사고 당시 다리가 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자력으로 도어 핸들을 이용해 탈출할 여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 X 충돌사고 현장 (사진=뉴시스(용산소방서 제공))

용산소방서 화재 조사 담당자는 “내연기관차량이 모델 X 차량처럼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이 직접 기계식 도어 핸들을 활용해 탈출하기 어렵다”며 “그 때는 소방서가 가지고 있는 유압기를 활용해 인명 구조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1월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테슬라 차량은 사고 후 정차가 됐을 때 차량 도어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백업 전력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파손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누구나 쉽게 전동식 도어 버튼이나 도어 핸들을 통해서 탈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차량 도어 결함 유무는 모델 X 사고의 중요 포인트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사고 이전 상황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리운전 기사는 갑자기 차량이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며 사고 이전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급발진이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CCTV 분석 결과, 운전자가 급발진 방지를 위해 브레이크를 작동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등 어떠한 경우에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 후미등과 뒷쪽 보조 제동등이 점등이 돼야 하는데, 당시 차량에는 제동등이 점등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의 원인은 투명하게 규명돼야

이번 모델 X 충돌 사고로 차주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국내에서 발생된 테슬라 관련 사고 중 최악의 사고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한 궁금증 중 하나는 바로 화재의 원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델 X가 충돌된 후 리튬이온배터리 팩을 건드려 화재가 났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 불은 차량 앞쪽 후드 일부분을 태웠지만, 차량 전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소가 되지 않은 만큼, 모델 X의 충돌 후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인명 구조 매뉴얼 강화 필요성도 제기

이번 테슬라 모델 X 화재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차량 내 승객 구조에 대한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21일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소방서에서는 차종별로 어떻게 구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며 “기초적인 차량 인명 구조 방법은 우선 창문을 깨트린 다음에 유압기를 사용해 차량 문을 절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모델 X 100D (사진=지디넷코리아)

용산소방서의 경우, 팰콘 윙 도어 방식으로 구성된 테슬라 모델 X 구조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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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모델 X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소방서가 차량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 당국에 인명 구조를 위한 차량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같은 방식이 국내에 의무화되지 않았다.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차량 내 인명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