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에 코로나19까지...올해 디스플레이 업계 이중고

[2020년 결산 ②-디스플레이] 삼성·LG, 초격차 QD·OLED 기술로 위기 극복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2/24 09:00    수정: 2020/12/29 17:16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추격 속에 코로나19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전념하는 인고의 시간을 감내했다. 특히 시장의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한 해였다. 연초 공급과잉 이슈가 불거졌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은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공급망 위기로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부담을 가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이 같은 이슈를 키워드와 함께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 1월 - LCD 공급과잉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공세 속에 2020년 경자년 새해를 우울하게 맞이했다. LG디스플레이가 전년도 연간 실적으로 1조35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호조로 1조5800억원의 이익을 달성했지만,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마찬가지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자료=LG디스플레이)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양사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곧바로 비상대응계획(컨티전시 플랜)을 세우고,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탈(脫)LCD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기로 한다.

"LCD 사업구조 혁신과 관련해 LCD 시장의 변화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팹 다운사이징을 진행 중인데 2019년 4분기를 끝으로 국내 8세대 LCD TV 라인은 생산이 종료됐다. 올해 연말까지는 국내 범용 LCD TV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앞으로 국내 팹은 IT, 오토, 커머셜로 집중할 방침이다." - 2019년 연간 LG디스플레이 실적 컨퍼런스 콜.

■ 2월 - 코로나19 쇼크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국 생산시설에 대한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도 산둥성 옌타이와 장쑤성 난징에 위치한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아졌다. LCD 패널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세트 업체들은 시장 침체를 이유로 판매계획을 수정하면서 수급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할 경우, 원자재 및 부자재 수급 차질로 인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일례로 애플은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중국 내 아이폰 생산공장의 조업이 어려워지자 아이폰 생산량이 대폭 줄어드는 타격을 입기도 했다.

■ 3월 - QD 초격차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를 끝으로 국내외 LCD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내년부터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QD 디스플레이는 발광원으로 유기화합물 기반의 청색 OLED 소자를 사용하고, 컬러필터는 QD 기반의 시트를 활용해 기존 대형 OLED 기술(WOLED) 대비 고화질·고성능·장수명을 강점으로 갖춘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는 경쟁사 LG디스플레이가 양산 중인 백색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와 비교해 이론상 긴 디스플레이 수명과 높은 휘도, 낮은 전력 소비, 고색재현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를 직접 방문해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통한 초격차 전략을 독려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4월 - 어닝쇼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여파로 올해 1분기 적자를 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매출 6조5900억원·영업적자 2900억원을, LG디스플레이가 매출 4조7242억원·영업적자 361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발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가 올 한해 지속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일례로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20년도 디스플레이 매출액이 103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8%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자료=LGD)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이전에는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도쿄 올림픽, 유럽컵과 같은 이벤트가 연기되고 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의 선진시장에서 유통 매장 폐쇄가 나타나고 있어 TV 중심의 수요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 집중력 있게 단기와 중장기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철저히 대비해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이겨내도록 하겠다." - 2020년도 1분기 LG디스플레이 실적 컨퍼런스 콜.

■ 5월 - 中 BOE의 OLED 굴기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삼성전자, 애플에 스마트폰용 OLED 공급을 타진하는 등 OLED 굴기를 본격화했다.

DSCC는 이와 관련해 "화웨이, 애플 등의 경쟁 업체들이 BOE로부터 OLED 패널을 조달할 계획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패널 가격과 비용 단가를 고려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2021년 출시할 S시리즈에 BOE의 6.67인치 플렉시블 OLED 패널 수급을 논의 중으로, 갤럭시A 시리즈 모델 중에서는 6.67인치 크기의 풀HD+ 해상도를 갖춘 A91 모델에 적용돼 출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BOE)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BOE는 올해 1분기 450만장(시장점유율 9.9%)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출하해 세계 3위 OLED 업체로 부상했다. 2위 LG디스플레이와의 격차는 0.1%포인트에 불과했다.

■ 6월 - 中 CSOT·비전옥스도 OLED 굴기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업체 CSOT도 BOE에 이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OLED 공급을 타진하고 나섰다.

CSOT는 그간 중국 우한에 위치한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T4)에서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양산해왔다. CSOT의 기술력은 BOE와 함께 폴더블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모토로라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을 갖췄다.

비전옥스가 양산 계획을 발표한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기반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진=테크슈닷컴)

BOE와 CSOT에 맞서 중국 3위 디스플레이 업체 비전옥스는 세계 최초로 전면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기술 기반의 OLED 디스플레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기술은 유리 수준의 투과도를 갖춘 투명 OLED를 이용해 카메라 모듈을 비롯한 각종 센서를 디스플레이 아래에 배치하는 기술을 말한다. 비전옥스는 이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ZTE에 공급하기로 했다.

■ 7월 - 삼성·LG의 반격, 그리고 부진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 캠퍼스에서 QD 설비 반입식을 개최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QD 디스플레이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TV용 LCD 생산라인(L8)을 QD 생산라인(Q1)으로 전환하고, 내년부터 월 3만장 규모로 QD 패널을 양산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가 준공 9개월 만에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8.5세대 OLED 생산공장의 가동을 본격화했다. 광저우 OLED 공장은 하나의 유리 원장에서 다양한 크기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멀티모델글라스 공정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에서 열린 'QD 설비 반입식' 모습. (사진=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원판 유기원장 기준 월 6만장 규모로 광저우 OLED 공장의 양산을 시작해 시장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능력을 향후 월 9만장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양사의 실적은 3분기에도 코로나19 확산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진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매출 6조7200억원·영업이익 3000억원을, LG디스플레이가 매출 5조3070억원·영업적 517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드는 영향을, 대형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차질에 따른 시장 침체로 TV 수요가 감소하는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 8월 - OLED 세계 1위 삼성DP의 저력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4820만대의 리지드 OLED 패널을 출하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했다. 시장 2위에 오른 중국 EDO와의 점유율 격차는 83.8%포인트, 3위 업체인 비전옥스와의 점유율 격차는 86.6%포인트에 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또 기존 OLED 대비 소비전력을 최대 22% 줄일 수 있는 어댑티브 프리퀀시 기술 개발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어댑티브 프리퀀시' 기술.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프리퀀시는 사용환경에 맞춰 디스플레이 주사율을 자동으로 조절해 전체 소비전력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구동 소자인 박막트랜지스터도 기존 저온폴리실리콘 대비 누설 전류가 적은 저온폴리옥사이드로 변경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어댑티브 프리퀀시 기술은 올해 하반기 출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 최초로 적용됐다.

■ 9월 - LCD의 부활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TV에 미니 발광다이오드(미니 LED) 기술 도입을 결정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에 200만대 이상의 미니 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니 LED TV는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는 TV를 말한다. 이는 기존 LCD TV와 비교해 발광원(백라이트유닛)의 크기가 1000분의 1 수준으로 작아 더 높은 밝기와 더 깊은 블랙 표현, 고명암비 구현이 가능하다. OLED TV 진영이 그간 LCD TV의 한계로 지적했던 단점들을 모두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LG전자의 55인치 'OLED TV'. (사진=LG전자)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미니 LED 백라이트유닛 통합을 통해 OLED TV보다 훨씬 더 비용 경쟁력이 있는 큐엘이디(QLED) TV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출시될 삼성의 미니 LED TV는 55·65·75·85인치 크기로, 4K 해상도와 100만대 1의 명암비를 생성하는 로컬 디밍 기술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10월 - 7분기 만에 적자 탈출한 LGD

LG디스플레이가 올해 3분기 실적으로 1천6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7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로 IT 패널(LCD)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기존보다 애플향 OLED 패널 공급을 늘어난 효과를 봤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광저우 OLED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OLED 출하량을 상반기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700~800만대 수준의 성장을 끌어낸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2020년도 3분기 LG디스플레이 실적 추이. (자료=LGD)
(자료=삼성디스플레이)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일정을 연기하면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9.83% 줄어든 4700억원을 기록해 희비가 엇갈렸다.

■ 11월 - 삼성DP, 플렉시블 시장서 압도적 1위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3분기 글로벌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5180만대의 패널을 출하해 72.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 경쟁사와 압도적인 점유율 격차를 기록했다. 2위 업체인 중국 BOE와 비교해 플렉시블 OLED 패널 출하량은 4260만대가 더 많았고, 시장 점유율은 59.7% 포인트나 더 높았다.

(자료=스톤파트너스)

스톤파트너스는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패널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13.17% 증가, 이는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에 적용된 플렉시블 OLED 패널 출하량에 기인한다"며 "BOE는 3분기 920만대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출하해 12.9%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최대 고객사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향후 플렉시블 OLED 패널 출하량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에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역대 최대치인 1억2435만대의 OLED 패널을 출하해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 12월 - 새 술은 새 부대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 겸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선임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는 1963년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박사과정을 수료한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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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사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설계 분야 전문가로 지난 1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맡아 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을 이끌어왔다"며 "이번 승진과 함께 반도체 성공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사업의 일류화와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최주선 신임 사장 선임을 두고, 삼성디스플레이가 QD 사업 전환을 가속하려는 전략의 포석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주선 사장 외에도 이종혁 QD사업화팀 QD개발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조성순 QD사업화팀 QD제조기술팀장(전무) 부사장으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