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임단협 극적 타결…노사관계 회복은 숙제

노사, 잠정 합의한 서명…'경영평가' 갈등 일단락

금융입력 :2020/12/23 17:14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극적으로 타협을 이끌어내며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봉합했다. 다만 영업점 경영평가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노조와 또 한 번 앙금을 쌓은 모양새라, 임기 두 번째 해를 맞는 윤 행장으로서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23일 오후 조인식을 갖고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저녁 사측의 긴급 제의로 늦은 시간까지 협상을 이어간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기한 내 올해의 노사협상을 매듭짓게 됐다. 당초 기업은행으로서는 공공기관 예산에 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달 안에 임단협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기업은행)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실무교섭을 진행하며 근로조건과 임금에 대해선 합의를 이뤘으나, 일부 사안에 노사가 이견을 보이며 줄다리기를 이어간 탓이다.

노조가 요구한 부분은 개인 소비자 대상 경영평가 항목 폐지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업무가 집중되는 가운데, 사측이 과도한 실적 목표치를 제시하면 불공정 영업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불완전판매 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내년 3월 시행)을 고려해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해야하는 입장이었다.

특히 사측이 경영평가 제도는 임단협과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를 거부하자, 노조는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파업 찬반투표를 예고하기도 했다.

결국 사측은 장시간의 대화에서 점진적으로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노조와의 갈등을 일단락 지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타협에 성공했지만, 외부에선 기업은행을 향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종원 행장과 노조의 불편한 동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취임 초부터 윤종원 행장과 노조의 관계는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 인사의 행장 내정 소식에 노조 측이 반발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여서다. 이에 윤 행장은 1월3일자로 임명됐음에도 27일 만에 취임식을 가질 수 있었다. 또 노조는 지난 3월엔 사측이 ‘PC오프 시스템’을 무력화해 직원에게 편법으로 시간외 근무를 강제한다며 윤 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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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업계에서는 윤종원 행장이 임기 2년차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려면 가장 먼저 노조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비마다 되풀이되는 갈등 국면이 은행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윤 행장이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료 출신 특유의 업무 스타일을 앞세워 원칙만 강조하다보니 현장과 건건이 부딪히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