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소전기차 충전을 위한 수소충전소 건설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의 반대였다. 새롭게 건설된 수소충전소가 자주 고장을 일으키면서 충전소 관리를 위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자주 나왔다.
전국에 있는 모든 수소충전소 중 대중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던 곳은 서울 양재수소충전소다.
이곳은 지난해 연말부터 충전기 노후화 때문에 운영이 중단됐다. 운영권자였던 현대자동차는 공지사항을 통해 2020년 연말 재개장 예정이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도 양재수소충전소 건설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현대차는 지난 8월 서울시에 “연내 수소충전소 재개장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양재수소충전소의 운영권을 서울시에 넘겼다.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인근 양재2동 주민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닥쳤다. 일부 주민들은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폭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말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후 한 달간의 주민 설득 등의 과정을 거쳐 11월 말, 서초구청으로부터 수소충전소 재개장을 위한 변경 허가를 받아냈다.
지디넷코리아가 22일 양재수소충전소를 살펴보니, 충전소 주변에는 이미 공사를 위한 외벽 펜스가 설치됐다. 또 펜스에는 서초구를 상징하는 벽화작업이 이뤄졌다. 서울시는 양재수소충전소를 내년 정식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재수소충전소 뿐만 아니라 부산 동구, 강원도 원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도 수소충전소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셌다. 지난 5월 부산 동구에 열린 간담회에서는 수소충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수소전기차 오너와 반대 주민간 설전이 생겼고, 7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문막 지역 수소충전소 설립 문제로 강원도청 관계자와 원주시민 간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수소충전소 건설 속도가 느린 강원도는 주민들의 반대에 애를 먹었다.
강원도 춘천시는 지난 7월 춘천화물공영차고지 내에 수소충전소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반대가 심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춘천화물공영차고지는 거주시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수소충전소의 안전성 우려로 충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소충전소 운영 문제도 올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소충전소가 고장날 경우 네이버 넥쏘 수소카페 등에 자주 공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가 너무 자주 일어나면, 수소전기차 오너들의 일상 주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수소충전소 충전기 부품이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오기 때문에 제 때 설비 교체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연우 산업부 신에너지산업과 과장은 지난 7월 2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 쇼 수소포럼’에서 수소충전소 고장 문제에 대해 “수소충전소 고장이 최근 잦아지는 문제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지난해 우리가 20개 수소충전소를 만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구축 능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수소충전소 관련 고장 데이터 매뉴얼을 쌓아가는 단계라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면서 “수소충전소를 기체로 운영하는 것은 넓은 부지를 활용해야 하는 등 수익성에 대한 문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2023년에는 액화 수소충전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연내 수소충전소 최대 12기를 추가 준공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총 110기 이상이 구축되도록 검사인력 확대와 절차 단축 등 가능한 행정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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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충전소 부지확보를 위해 우선 국유지 중 강원, 경기 등 6개 시도 후보지역 10곳을 발굴해 최종 선정하고 부지매각절차 등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공공기관 소유 유휴부지와 함께 주유소, LPG충전소 등 수소충전소 설치가능 부지 200여 곳을 내년 중 집중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소충전소 고장 방지를 위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은 없다. 충전 인프라 수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수소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