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은 왜 구글과 '공동 공모자'가 됐나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헤더 입찰 선언→대가받고 경쟁 포기

데스크 칼럼입력 :2020/12/17 14:53    수정: 2020/12/18 08: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과 페이스북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양대 산맥입니다. 그런데 미국 검찰이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페이스북을 '공동 공모자'라고 적시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왜 구글의 ‘공동 공모자’가 됐을까요?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10개 주 검찰이 16일(현지시간) 구글을 전격 제소했습니다. 구글이 광고 기술 시장 경쟁을 말살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게 소송 이유입니다.

구글로선 지난 10월 법무부 소송에 이어 또 다시 반독점 소송을 당했습니다. 법무부 소송은 구글이 스마트폰에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하기 위해 애플, 모질라 및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들과 체결한 계약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런 계약을 통해 경쟁을 없애버렸다는 겁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디지털 광고 경매 기술’입니다. 구글은 2008년 더블클릭을 인수하면서 이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했습니다. 이런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경매를 조작하고, 광고 단가를 올렸다는 혐의입니다.

(사진=씨넷)

그런데 이번 소송을 제기한 미국 검찰은 페이스북을 ‘공동 공모자’라고 지칭합니다. 구글의 시장 독점 행위를 함께 공모했다는 겁니다.

언뜻 이해가 잘 안되지요. 잘 아는대로 구글과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구글의 불법 행위를 함께 공모했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페북, 2017년 3월 헤더 입찰 지원 선언하자 구글 긴장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검찰이 미국 텍사스 법원에 제출한 소송 문건을 읽어봤습니다. 페이스북 관련 내용은 소장 63쪽부터 73쪽까지 11쪽에 걸쳐 서술돼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불법적인 계약을 통해 구글이 헤더 입찰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제목부터 흥미롭습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을 2017년 3월로 되돌려야 합니다. 당시 페이스북은 “헤더 입찰(header bidding)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헤더입찰이란 광고 퍼블리셔가 ‘공정하고 개방된 방식으로’ 광고 인벤토리에 대해 경매를 실시하는 방식입니다. 광고 플랫폼 입장에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광고주는 효율적으로 광고 인벤토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구글은 GDN(Google Display Network)을 통해 광고 입찰 시장을 장악해 왔습니다. 그런데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이 헤더 입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갑니다. 퍼블리셔 광고 서버 시장 독점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됩니다.

그 무렵 많은 매체들은 “페이스북이 구글과 더블클릭 제국을 상대로 디지털 광고 쿠데타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헤더 입찰 지원 선언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일단 광고주들에게 2, 3배 정도 더 많은 이용자를 연결시켜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들의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관련 매출도 10~30%까지 증가할 것이란 달콤한 약속도 제시합니다. 

구글은 2008년 더블클릭 인수 이후 디지털 광고 경매 시장을 독식했습니다. 헤더 입찰 참여 업체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는 구글에겐 알찬 수익원이었습니다. 별다른 경쟁 상대가 없던 이 시장의 유일한 잠재 위협세력은 페이스북이었습니다.

그런 페이스북이 헤더 입찰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아마존도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구글의 걱정이 현실이 된 겁니다.

구글, 특혜 대가로 페이스북의 헤더 입찰 지원 포기시켜 

고민하던 구글은 곧바로 ‘늘 해오던 방식’을 동원합니다. 페이스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 겁니다. 그리곤 2018년 9월 계약을 하나 체결합니다. 페이스북과의 계약은 구글 내부에선 영화 ‘스타워즈’ 캐릭터에선 따온 코드명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장에선 구글의 코드명은 가려져 있습니다. 혹시 ‘다스베이더’ 같은 건 아니었을까요?)

이 계약 이후 페이스북은 헤더 입찰을 대폭 축소합니다. 대신 구글을 통해 광고 경매에 참여합니다. 대신 페이스북은 경매 가격 등에서 대폭 혜택을 부여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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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소장에선 페이스북과 관련된 내용 중엔 많은 부분이 블라인드 처리가 돼 있습니다. 두 회사간 내밀한 계약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그럼에도 구글이 광고 기술 시장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페이스북은 적극 협조한 정황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미국 검찰이 페이스북을 ‘공동 공모자’라고 지칭한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