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또 다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올 들어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굵직한 기업의 매각 과정에 꾸준히 모습을 보이며 인수합병(M&A)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4일 사모펀드(PEF) 케이스톤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한진중공업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KDB인베스트먼트는 NH PE-한국토지신탁 컨소시엄, SM상선 컨소시엄과 함께 한진중공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한진중공업 보통주 약 5천283만주(지분율 63.44%)와 필리핀 금융기관이 들고 있는 지분 약 166만주(20.01%)다. 채권단은 외부자문사의 입찰제안서 평가를 거쳐 다음 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사실 KDB인베스트먼트가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회사를 출범할 당시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과 한진중공업 관리 기능을 함께 넘겨받을 것으로 점쳐진 바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한진중공업 인수전에서까지 승리를 거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구조조정 기업의 관리와 운영, 매각 등을 전담하는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18년부터 약 1년간의 구상을 거쳐 지난해 7월 이 회사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특히 이동걸 회장이 구조조정 전문 회사를 따로 만든 것은 은행의 관련 기능을 덜어내 혁신성장 지원 여력을 확보하고,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였다. 산업은행이 재무적 영역의 구조조정에선 전문성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안정화 단계에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까지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진단에서다.
때문에 업계에선 KDB인베스트먼트가 이처럼 인수합병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출범과 동시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이관한 대우건설에서 시작해 두산인프라코어와 한진중공업 등으로 영역 확장을 시도하며 차츰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공정성과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매각 작업에 그 자회사가 참여하면서 이해충돌과 ‘셀프 매각’ 등 우려가 끊이지 않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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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첫 번째 관리 대상인 대우건설을 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높이지 못한 것은 물론, 매각 작업 역시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특수한 상황이 계속됐다고는 하나, 사업을 키우기에 앞서 구조조정 전문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의 한진중공업 인수전 참여는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입찰제안서 평가를 철저히 외부자문사에 맡겨 매각 과정의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