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구글이 유튜브, 지메일, 구글 드라이브 등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장애를 45분 가량 일으켰습니다.
이에 국내뿐 아니라 많은 글로벌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는데요, 새삼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유튜브가 먹통이 되면서 카카오톡 장애 못지않게 스마트폰을 순간 별 가치 없는 ‘벽돌’로 만드는 경험을 했던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구글의 서비스 장애는 또 다른 기회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일명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구글과 같은 해외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실효성을 갖는 법안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딱 좋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법은 전년도 말 3개월 간 일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이 각각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가 대상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대형 콘텐츠 제공사가 그 대상입니다.
이들은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이나 기술적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행해야 합니다. 또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해 서버 용량과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를 해야 합니다. 아울러 서비스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사전 통지해야 합니다. 이 밖에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의무사항들을 봤을 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사업자들에게 더 큰 책임과 의무가 주어졌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법에 대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불만은 상당합니다. 한마디로 “해외 기업들은 잘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또 국내 기업 발목만 잡는 역차별 법안”이라는 주장입니다. 망 무임승차 논란의 중심에 선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잡으려다 결국 국내 기업들한테만 족쇄를 더 채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법 취지는 좋은데 실효성은커녕 부작용만 만들지 않겠냐는 비판이 컸던 법안이 바로 넷플릭스법입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오해다”라는 식의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해외 기업들한테도 해당 법안을 똑같이 적용하고 따르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과기정통부는 보란 듯 어젯밤 발생된 구글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구글 측에 자료 제출을 15일 요청했습니다. 지난 10일 시행된 넷플릭스법 적용을 처음으로 받게 된 것입니다. 과기정통부는 구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원인 파악을 위해 조치 사항에 대한 자료를 구글한테 받아본 뒤, 관련법에 따라 필요 조치를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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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넷플릭스법을 바라보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우려가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시각이었는지, 아니면 지나친 기우에 불과했는지는 이번 구글 서비스 장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세와 그 결과에 따라 판별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과태료가 부과되더라도 국내 앱 마켓에서만 연간 6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구글 입장에서 2천만원 과태료는 0.0003%에 불과해 이래저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