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4.0' 보다 더 무서운 구글 서비스 장애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사실상 기반시설 마비…강력대책 세워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0/12/15 14:44    수정: 2020/12/15 16:1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던 ‘다이하드’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고층빌딩(1편), 공항(2편), 지하철(3편)을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액션을 선보였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브루스 윌리스의 액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반응이 시들해지졌다.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3편은 속된 말로 ‘폭망’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이버 테러였다. 2007년 개봉된 ‘다이하드 4.0’은 교통기관 시스템부터 금융 및 통신망, 가스·수도·전기·원자력 체계까지 마비시키는 무서운 사이버 공격(파이어세일)을 다뤘다. 

‘다이하드 4.0’이 개봉되던 2007년만 해도 ‘파이어세일’은 상상 속 얘기였다. 하지만  또 다시 멈춰버린 구글의 서비스는 사이버 장애로 인한 생활 마비가 더 이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니란 사실을 잘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원격 생활이 더 심화됨에 따라 구글의 각종 서비스는 국가 기반 시설이나 다름 없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다이하드 4.0'

구글 서비스 멈춰서자 학교·직장 줄줄이 '스톱'

유튜브를 비롯한 구글의 주요 서비스들이 또 다시 멈췄다. 11월 중순에 이어 한 달 만이다.

구글은 “14일 오전 3시47분(태평양 시간 기준) 내부 저장공간 할당 때문에 약 45분간 인증시스템이 다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애 때문에 로그인을 해야 하는 구글의 모든 서비스들의 작동이 중단됐다.

물론 이번 사고는 ‘파이어세일’과는 관련이 없다. 구글 설명대로 ‘인증 오류로 인한 서비스 장애’다. 하지만 그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구글이 일상생활에서 갖는 무게는 더 이상 ‘한 회사의 서비스’란 단순한 차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월요일 일과 직전, 혹은 일과 중 장애가 발생한 미국 동부 지역과 유럽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때마침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원격 수업을 진행하던 일부 학교는 긴급 휴교를 단행했다. 구글의 각종 서비스들이 멈춰서면서 비대면 수업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구글 미트는 원격 근무나 교육 때 반드시 정상 작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출처=구글 클라우드 블로그)

구글 미트는 원격 수업의 기본 도구다. 구글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지메일로 과제를 제출한다. 이 프로그램들이 전부 먹통이 되면서 정상적인 수업 진행 자체가 힘들어졌다. 

혼란스럽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구글 클라우드를 비롯해 구글 독스 등은 원격근무의 기본 도구다. 구글 미트를 활용해 화상회의를 했던 기업들 역시 갑작스런 서비스 중단 때문에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요즘 많은 직장인들은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정리해 놓는다. 구글 서비스가 중단되는 순간 수첩을 놓고 출근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구글은 우리 일상 속에 생각보다 더 깊숙이 들어와 있다. 디지털 기기 활용이 늘면 늘수록 구글 종속은 더 심해진다.

구글 서비스 장애를 설명하기 위해 이 글 도입부에서 ‘다이하드 4.0’의 파이어세일 얘기를 했다. 아마도 “기자가 지나치게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할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오버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구글의 모든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라. 이번 장애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시스템까지 다운됐다고 한번 가정해보라.

그 상황이 되면 ‘다이하드 4.0’이 그렸던 파이어세일 못지 않은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원격 근무나 교육이 일상화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그 혼란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구글이 멈추는 순간, 우리들의 모든 일상이 그대로 정지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구글 서비스는 사실상 기반시설…강력한 책임 물어야 

구글의 서비스는 ‘국가 기반시설’이나 다름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구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구글은 대단한 기업이다. 문제는 이렇게 대단한 구글이 ‘서비스 장애’를 대하는 자세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내부 저장공간 할당 때문에 초래된 문제다"는 간단한 설명만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에 서비스 장애 관련 사실 및 조치 사항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 국내 이용자에게도 장애사실을 한국어로 공지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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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한 조치다. 하지만 구글이 디지털 생활에서 갖는 위상을 감안하면 좀 더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갑작스런 서비스 장애로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보상 규정’ 같은 것들도 시급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야만 ‘다이하드 4.0’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구글 이용자들이 좀 더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