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어쌔신크리드 발할라, 바이킹에 어울리는 것은 잠입보다는 액션

입체적인 인물 묘사도 인상적...스태미너 시스템 도입은 호불호

디지털경제입력 :2020/12/11 11:08

어쌔신크리드 발할라는 9세기 북유럽 바이킹이 잉글랜드에 위치한 4개의 왕국을 침공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유비소프트의 신작 오픈월드 RPG다.

바이킹이라는 소재를 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에 대한 관심은 크게 치솟았다. 직전 2개 게임인 어쌔신크리드 오리진과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있지만 바이킹을 소재로 하는만큼 평화로운 마을을 침략하고 짓밟고 약탈하는 방식의 전에 없던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쌔신크리드 발할라는 이런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작품이다. 액션은 더욱 과격해졌고 묘사는 어쌔신크리드 시리즈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세밀하게 그려진다. 눈으로 뒤덮인 지역을 이동하면서 보이는 풍경은 전작에서 페르시아에 도착했을 때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투 난이도는 다소 높아졌지만 액션의 깊이도 더해졌다. 액션 게임을 즐기는 듯한 긴장감까지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보스전은 마구잡이로 공격하지 않고 신중하게 상대의 허점을 노려서 공략해야 할 정도다. 시리즈 처음으로 무기를 양손에 들고 휘두를 수 있게 되서 장비를 조합하는 재미도 더해졌다.

다만 새롭게 도입된 스태미너 시스템은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무기를 휘두르고 회피할 때 모두 스태미너가 소모된다. 상대를 모두 쓰러트릴 때까지 병장기를 휘두르는 바이킹 전사를 상상하며 게임을 시작하지만 정작 이용자 눈 앞에는 무기 몇번 휘두르면 헐떡거리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도망다니는 사내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약공격을 명중시키거나 저스트 회피, 스킬을 사용하면 스태미너가 회복되기 때문에 전투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효율적으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이런 점 때문에 공격 속도가 빠르고 약공격 효율이 높은 창과 단검류의 무기를 자연스럽게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게임은 잠입보다는 액션이 강조되는 구조다. 몰래 숨어들어서 적을 제압하는 것보다 다짜고짜 쳐들어가서 상대를 모두 제압하는 것이 게임 진행도 빠르고 효율도 높다. 이는 최근 몇년간 출시된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에서 계속해서 지적되던 문제이기도 하다.

스토리 전개는 매우 인상적이다. 주인공 에이보르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은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가치관이나 태도가 달라진다. 일차원적으로 인물이 묘사됐던 전작과 달리 캐릭터가 훨씬 입체적으로 구현됐다는 점은 게임 스토리에 몰입감을 더한다. 또한 이용자가 어떤 선택을 했냐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용자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간다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바이킹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구현했는지에 대해서는 마냥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게임 내의 바이킹은 마치 약탈자가 아닌 폭정에 억압받는 잉글랜드 민중을 구하기 위해 북유럽에서 배 타고 찾아온 투사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주인공 일행이 마냥 선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에 맞서는 적을 더 큰 악으로 묘사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다.

이동 편의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맵을 탐색은 조금 불편해졌다. 특정 지역을 동기화하지 않아도 부두 단위로 빠른 이동을 할 수 있어서 배를 타고 도착한 지역에 일일이 상륙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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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이나 거점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난이도는 매우 높아졌다. 어려워졌다기보다 번거로워졌다고 하는 편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보물이 표시된 위치에 갔더니 열쇠를 다시 또 찾아와야 한다는 또 다른 목표가 주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입구가 막혀 있어서 다른 출입구를 찾기 위해 건물을 빙빙 돌거나 보물이 땅 속에 묻혀 있는 경우도 있다.

퀘스트가 다소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어쌔신크리드 발할라는 여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픈월드 RPG다. 스파이더맨 마일즈모랄레스, 사이버펑크2077 등 오픈월드 시스템을 택한 경쟁작이 연말에 연이어 출시되는 와중에 충분히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