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공정경제 3법' 통과에 보완입법 호소

경제단체 "기업 패닉 상태...시행시기 연기·보완 입법" 강조

디지털경제입력 :2020/12/10 17:07    수정: 2020/12/11 13:55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조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규제 강화 등과 관련 일부 내용이 완화됐지만, 요청 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아 기업 경영에 여전히 부담히 크다는 것이다. 재계는 최소한 법률 시행시기를 1년씩 연장하는 등 보완대책 기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들이 최악의 경영난에 처해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경영활동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법안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다니 패닉상태"라는 입장이다.

9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공정경제 3법이 일제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장 먼저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최소 1명은 이사와 별도 분리해 선임하고,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가 최대 주주 영향력 아래 있어 회사 감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개정안이 마련됐다. 

다만 재계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완화했다. 상법 개정안은 정부에 이송되고 15일 이내 공포 후 발효돼, 기업은 유예기간 없이 당장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새 감사위원을 선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시총 상위 10대 기업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다. 이중 개별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 평균은 5.52%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 평균은 38.12%에 달한다. 예컨대 삼성전자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1.21%지만, 개별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은 12.52%로 떨어진다. SK하이닉스와 네이버도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각각 21.36%와 13.05%에서 3%로 낮아진다. 

개별 3%룰은 외부 자본이 국내 기업 지분을 3% 이하로 쪼개 접근하도록 하는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질랜드계 자산운용사 소버린과 SK도 대표적 사례다. 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 지주사 지분을 약 14.9% 매입해 최대 주주에 오른 이후 보유 지분을 자회사 5개에 약 3%씩 분산시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소버린은 이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이사선임 단계에서 SK그룹 우호지분(국내 기관투자자 등)에 밀려 부결됐다. 재계는 만약 이사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로 분리 선임했다면, 3% 룰에 의해 소버린측 추천인물 선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개별 3%를 인정했지만, 외국계 펀드나 경쟁세력들이 지분 쪼개기 등으로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 가능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방어권은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준"이라며 "기업이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외국계 투기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상법 개정안에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도 신설된다. 소송 제기 자격을 비상장회사는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상장회사는 0.5% 이상 주주에게 주는 내용이다.

재계는 기업이 비상장회사를 통해 신사업에 투자하는 데 있어 경영간섭을 초래할 수 있고, 모회사 소액주주를 통한 자회사에 대한 소송남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행위 규율을 강화하고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억제하는 등 부당한 경제력 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지원을 받는 계열사로서의 규율대상을 상장·비상장에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와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확대했했다. 규율대상 회사는 현행 210개에서 598개(2020년 5월 1일 기준)로 388개가 늘어난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요건이 강화된다. 새로 설립하거나 전환된 지주회사이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손자회사를 새로 편입할 때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을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경우 모두 10%포인트씩 상향했다.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높여 총수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는 부작용을 해소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 3법도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관련기사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경총은 재계의 핵심 요청사항은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 형사처벌 폐지 등으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등 개정 노조법은 노사관계의 악화와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므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용자 방어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