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볍고 귀엽다. 한 손에 쥐어보면 그 컴팩트함에 이 작은 물건 하나로 심플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 넷플릭스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하루에도 스마트폰으로 수십 건의 기사를 확인하는 일상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하고 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만든다.
'아이폰12 미니'를 며칠간 써본 후, 내린 세 줄 평이다. 더 짧게 한 줄 평으로 요약하자면 '심플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컴팩트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이폰12 미니는 과연 영상과 텍스트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현대인을 심플 라이프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을까.
■ 작고 역대급 가벼워…돌아온 '깻잎 통조림' 디자인
애플이 자사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며, 기본 모델보다 조금 더 작은 사이즈의 '미니' 모델을 가지고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국내 출시된 '아이폰12 미니'는 현재까지 나온 5G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제품이다. 5.4인치 OLED 디스플레이에 무게는 133g이다.
영상을 많이 소비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6인치대를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5.4인치의 미니 모델을 내놓은 것은 흥미롭다. 애플은 지난 5월에도 4.7인치의 '아이폰SE 2세대'를 출시했다.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컴팩트함이라는 무기를 버리지 않고 가져와 상품의 다양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가 작아진 만큼 무게 또한 가벼워졌다. 화면이 커지고, 접히고, 돌려지면서 어느덧 200g이 훌쩍 넘기도 하는 스마트폰 사이에서 133g의 아이폰12 미니의 무게는 너무나 가벼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스마트폰을 들고 통화를 오래 하거나, 영상을 오래 볼 때 아파 오는 손목을 생각하면 이렇게 가볍고 작은 스마트폰의 출현은 매우 반갑다.
아이폰12 미니는 일명 '깻잎 통조림'으로 불리는 각진 디자인으로 예전 아이폰4·5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향수 또한 불러일으킨다. 모서리가 둥그런 '엣지' 디자인 사용자들에게는 아이폰12 미니의 각진 디자인과 완전히 평평한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폰12는 전면에 세라믹 쉴드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강화했으며, 후면에는 글래스 소재를, 테두리는 알루미늄 무광을 적용했다. 글래스 소재를 적용한 후면은 반짝거려 예쁘기도 하지만, 지문이 많이 묻어나 지저분해 보이기도 했다.
■ 렌즈 두 개로도 강력한 카메라…"저조도 촬영 만족"
아이폰12 미니는 아이폰12보다 작지만, 카메라 성능은 아이폰12와 동일하다. 아이폰12와 동일한 1천200만 화소의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 및 와이드카메라로 구성된 듀얼 카메라 시스템과 A14 바이오닉 칩을 탑재했다.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에는 ƒ/2.4 조리개를, 와이드 카메라에는 ƒ/1.6 조리개를 적용해 사진 및 동영상에서 27% 개선된 저조도 성능을 보여준다. 야간 모드는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와 와이드 카메라에서 모두 적용된다.
실제 사진을 찍어보니 빛이 거의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충분히 디테일한 풍경을 담아낼 수 있었다. 스마트 HDR 3, 딥퓨전 도입으로 사진의 선명도, 명암 대비 등이 향상됐으며, 돌비비전 방식으로 4K HDR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아이폰12 미니는 2배 광학 줌아웃과 최대 5배 디지털 줌을 지원한다. 망원 카메라가 없기 때문에 줌이 가능한 범위가 작고, 화질이 그리 좋진 않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줌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제로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빛 잔상이 생기는 플레어 현상은 여전했다.
■ 이미 길들여진 대화면 경험…"답답함은 어쩔 수 없어"
가볍고 작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스마트폰, 바지 주머니나 작은 가방에도 부담 없이 들어가는 크기의 스마트폰. 그러면서도 사진을 찍을 땐 똑똑히 그 몫을 해내는 스마트폰. 여기까진 좋았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으로 너무 많은 걸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영상과 텍스트에 할애하고 있었다. 먼저 기자의 경우, 미니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바로 텍스트를 읽을 때였다.
작은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귀엽고 가볍다며 좋아했건만, 기사와 같은 긴 텍스트를 읽을 때면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미 6인치 이상의 대화면에 길들여진 탓이었다. 또 움푹 패진 노치 디자인과 두꺼운 베젤은 여전한 아쉬움을 남겼다.
영상의 경우도 작은 디스플레이 크기에서 오는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몰입감이 떨어지고 오래 영상을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거나 긴 영상을 볼 때는 어느새 미니를 이용하는 것을 피하게 됐다.
이동 중 PIP모드(화면 속 화면)는 유용하게 사용했다. PIP모드는 영상을 작은 창에 띄어놓고 웹 서핑을 하는 등 다른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PIP모드를 사용해 영상을 보며 기사를 보거나 검색할 때 유용했다. PIP모드는 웹에서 보는 영상은 모두 지원되며, 애플리케이션의 경우는 넷플릭스 등 일부 앱만 지원된다.
■ 아쉬운 배터리와 느린 맥세이프 충전
작아진 크기와 함께 줄어든 배터리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폰12 미니 배터리 용량은 아이폰12(2천815mAh), 아이폰12 프로맥스(3천687mAh)보다 작은 2천227mAh로 알려졌다.
간단한 사진을 찍고 웹 서핑, 영상 등을 사용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올 때 배터리는 주로 10%대로 마음을 졸이게 됐다. 아이폰12미니는 표준 모드로 설정해 두면, 기기가 머신러닝을 통해 사용 용도에 따라 5G와 LTE 사이를 자동으로 전환한다. 웹서핑 등 데이터가 많이 들지 않을 때는 LTE를, 무거운 게임 등을 실행할 땐 5G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표준모드로 설정하고, 넷플릭스 영상을 30분 시청하니 배터리는 8%가 줄어있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구성품에 충전기를 제외하고 USB-C 라이트닝 케이블만 포함시켰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무선 충전기 맥세이프를 출시했다. 아이폰12 미니를 사용해보면서 맥세이프도 함께 이용해봤다.
맥세이프는 자석처럼 아이폰12 미니 후면에 갖다 대면 자동으로 충전 부위가 부착돼 편리했다. 단, 맥세이프는 다른 모델에서는 15W의 고속충전을 지원하지만, 아이폰12 미니에서는 충전 속도가 12W로 제한된다. 애플은 무선 충전 효율을 고려해 미니만 12W로 조정해놨다며, 미니 배터리가 다른 모델보다 작기 때문에 완충되는 시간은 크게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이폰12 미니를 맥세이프를 통해 충전해봤을 때 약 2시간 만에 70%가 충전됐다. 무선 충전이라는 점은 편리했지만, 충전 속도가 느린 점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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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사용해본 아이폰12 미니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작고 가볍고,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통화, 메시지, 사진 촬영만을 이용하는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긴 텍스트와 긴 동영상을 많이 소비하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은 사용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스마트폰 활용 패턴에 맞춰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폰12 미니는 64·128·256GB 내부 용량으로 출시되며, 95만원부터 시작한다. 색상은 블루·그린·블랙·화이트·레드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