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5G 기지국 등에 탑재될 아톰·제온 등 일부 프로세서를 대만 TSMC를 통해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주 인텔이 관련 내용을 담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이를 포착한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지자 이 채용 공고는 삭제된 상황이다.
인텔이 가격 경쟁력이 필요한 일부 제품을 TSMC를 통해 위탁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밥 스완 인텔 CEO가 7nm(나노미터) 공정 제품의 자체 생산 여부를 유연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해당 채용 공고는 더 주목을 끌었다.
■ '인텔·TSMC 생산 아톰·제온 프로세서' 명기한 채용 공고
4일(현지시간) 인텔은 인도 방갈로어에서 근무할 데이터센터 그룹 소속 경력직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냈다.
직무 내역에서는 '인텔과 TSMC 공정에서 생산된 아톰·제온 프로세서를 대상으로 5G 기지국에 필요한 기술을 통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어느 공정에서 생산될 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일부 외신들이 해당 내역을 발견하고 이를 단신으로 내보내기 시작하자 인텔은 이 공고를 삭제한 상황이다. 또 지디넷코리아 질의에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회신했다.
■ 2015년 아톰 SoC '소피아' TSMC서 생산
인텔이 프로세서 등 제품을 TSMC에서 위탁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3G/LTE 모뎀을 통합한 아톰 프로세서인 소피아(SoFIA)를 TSMC의 28nm 공정에서 생산했다. 당시 인텔은 '생산 시간 단축과 원가 절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불거지던 2018년 11월에는 대만 디지타임스가 "인텔과 TSMC가 일부 아톰 프로세서와 칩셋 등 위탁생산을 위해 협의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인텔이 14nm 프로세서 생산 물량 확충에 어려움을 겪던 시점에서 나온 이야기이며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반면 2020년 현재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밥 스완 인텔 CEO 역시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7nm 공정 제품의 자체 생산, 위탁 생산, 또는 혼용 등 여부를 유연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 Xe 그래픽스 칩셋 일부 내년부터 TSMC 생산 예정
인텔은 내년부터 생산할 외장 그래픽카드용 칩셋인 'Xe HPG' 전체와 서버용 그래픽칩셋인 Xe HPC '폰테 베키오' 중 일부 제품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말에는 대만 공상시보(工商時報)가 "인텔이 TSMC와 6nm 공정을 통해 웨이퍼 18만장 규모의 칩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칩을 위탁생산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10nm(나노미터) 공정의 포화 상태를 들 수 있다. 지난 11월부터 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의 10nm 제조 시설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10nm 공정의 생산량이 올 초 대비 30% 가량 늘어났지만 여전히 충분치는 않다.
■ 단가 절감·생산 역량 핵심 제품 집결 위한 것
그러나 인텔이 모집 공고에서 예로 든 아톰·제온 프로세서는 대부분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5G 기지국 등에 공급되는 SoC 제품이다. 또 이들 제품은 인텔의 주력 제품이 아니며 구조 또한 코어 프로세서 대비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이런 제품으로는 5G 기지국용으로 설계된 아톰 P5900B 시리즈(스노우리지),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등 장비 등을 위해 설계된 제온 D시리즈 등을 들 수 있다. 최대한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제품이다.
만약 인텔이 이들 프로세서를 TSMC에서 생산한다면 그 이유는 공정 미세화가 아닌 생산단가 절감과 코어 프로세서 등 핵심 제품으로 생산 역량을 집결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 자체 제조·위탁 생산, 앞으로 1달 안에 판가름
인텔은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 7nm 제품 생산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국내외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물론 인텔 전직 엔지니어들 역시 "인텔이 반도체 자체 제조 역량을 버리고 외부 위탁생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쉽지 않은 결정이다. 반도체 생산 과정을 모두 위탁하면 제품 수요나 수급 상황에 맞게 생산 규모를 유동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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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생산 역량을 버리고 TSMC를 통해 프로세서와 그래픽칩셋을 찍어내는 AMD 역시 현재 TSMC의 생산 역량 포화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에 응한 다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인텔의 7nm 공정 관련 결정은 앞으로 투자될 비용은 물론 생산 물량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지극히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