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내년 전기차 신모델 핵심은 바로 E-GMP 플랫폼이다. 전기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해 실내 거주공간을 넓히고 배터리의 구조를 최적화시켜 주행거리를 늘린 것이 특징이다.
E-GMP는 내연기관차에 의존하던 현대기아차 전기차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플랫폼이 장착된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면, 집안 내 일상생활이 전반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쩌면 자동차에서 나오는 전기를 통해 에어컨을 작동시키거나, TV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E-GMP 플랫폼 내부에 있는 통합 충전 시스템(ICCU, 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과 연관된다.
ICCU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양방향 충전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현대모비스가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외부에서 나오는 전력을 ICCU가 받아들여 차량 내 충전을 돕고, 차량 내부에 있는 전력을 ICCU를 통해 다른 전자기기나 가전의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다.
ICCU는 최대 방전용량 3.5kW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이나 55인치 TV를 동시다발적으로 가동을 시키면 약 24시간 동안 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방식을 V2L(Vehicle-to-load)라고 부른다.
이 부품은 현재 도산대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3일부터 해당 장소의 건물 4층에 E-GMP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래전부터 차량을 활용해 외부 기기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 도입에 전념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7년 현대차가 서울 여의도 등에 선보였던 수소전기하우스다.
수소전기하우스에는 넥쏘 시험용 차량 한대가 있었다. 이 차량 앞쪽 좌측 범퍼 부근에는 외부 전력 공급을 위한 별도 코드가 장착됐다. 넥쏘에서 나오는 전력을 통해 다양한 가전제품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외부 전력 공급이 가능한 수소전기차 판매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이 예상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우선적으로 외부 전력 공급이 가능한 솔루션을 도입하게 됐다.
외부 전자 기기나 가전을 제대로 충전할 수 있는 솔루션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집안 내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한 최선의 조건은 별도의 에너지 저장 장치다. 닛산 등 다른 완성차 브랜드는 이미 이같은 구조를 활용한 에너지 솔루션 구축 방식을 공개하기도 했다.
에너지저장장치가 차량에서 제공하는 전력을 제대로 받으려면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더 유리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ICCU 양방향 충전 시스템은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거주자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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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시스템이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야외 캠핑에 최적화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커다란 보조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E-GMP의 V2L 기능은 야외활동이나 캠핑 장소에서 전자제품을 작동하는데 사용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