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새 라이젠 칩 흥행, 메인보드가 '복병'

"일반 소비자·PC 제조사 모두 제때 못 받는 상황...장기화 우려"

홈&모바일입력 :2020/11/30 17:43    수정: 2020/11/30 17:46

AMD가 이달 초부터 젠3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시장에 공급중이다. (그림=AMD)
AMD가 이달 초부터 젠3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시장에 공급중이다. (그림=AMD)

AMD가 이달 초순부터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데스크톱용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 공급에 들어갔다. 프로세서 공급량은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원활하지만 이달 하순부터 이를 뒷받침할 메인보드 부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30일 현재 일반 소비자는 X570이나 B550, A520 등 500 시리즈 칩셋 탑재 메인보드 주문 후 짧으면 이틀, 길게는 4일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라이젠 5000 탑재 PC 출시를 고려하던 국내 중견 PC 제조사 역시 출시를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 "프로세서 공급은 예상보다 양호"

AMD는 이달 초부터 국내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 라이젠 9 5950X/5900X, 라이젠 7 5800X, 라이젠 5 5600X 프로세서 등 총 4종 판매에 들어갔다.

AMD는 라이젠 5000 시리즈 출시 이전 각 유통사와 협력해 대량 사재기나 되팔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매 수량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상태다.

국내에 유통되는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는 총 4종이다. (그림=AMD)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AMD 라이젠 5000 시리즈의 국내 판매는 대기 수요가 몰린 해외 시장 대비 순조로운 편이다. 한 유통 관계자는 "현재 라이젠 5 시리즈 등은 지속적으로 원활히 공급중이며 일부 상위 제품은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AMD 500 시리즈 메인보드, 시장에서 품귀현상

문제는 AMD 500 시리즈(X570, B550, A520) 메인보드의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젠 5000 프로세서는 AM4 소켓 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 해까지 출시된 400 시리즈 칩셋 탑재 메인보드 중 일부 제품도 메인보드 바이오스·펌웨어 업데이트를 마치면 프로세서만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손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AMD 라이젠 3000·5000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B550 메인보드. (그림=AMD)

단 AMD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 탑재된 신기능인 '스마트 액세스 메모리'(SAM) 등 기능을 이용하려면 AMD 500 시리즈 메인보드로 교체가 필요하다. 또 기존 인텔 프로세서를 쓰던 이들도 프로세서를 교체하려면 메인보드까지 한꺼번에 교체해야 한다.

■ "주문 3일만에 수령..납품 일정도 미정"

지디넷코리아에 이 문제를 직접 제보한 한 소비자는 "유명 메인보드 제조사의 고급형 X570 메인보드를 온라인으로 주문했지만 처음 주문한 곳에서는 물량 부족을 이유로 주문이 취소되었고 또 다른 업체에 주문한 이후 3일이 지나서 가까스로 물건을 받아봤다"고 설명했다.

AMD 라이젠 5000 프로세서를 탑재한 게임용 PC를 출시하려던 국내 중소·중견 PC 제조사도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부품인 메인보드가 모자라 PC 출하가 중단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사 담당자는 "대만 내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납품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이 때문에 지난 주부터 일부 PC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프로세서·메인보드 번갈아 공급부족 겪을 것"

일부 소비자들은 AMD 500 시리즈 메인보드 품귀 현상이 국내 유통 구조의 고질병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국내 유통업체가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와 직거래를 통해 제품을 받아 오는 PC 제조사도 물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통 구조가 아닌 메인보드 생산량, 혹은 AMD가 공급하는 칩셋 수량 부족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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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570 메인보드는 지난 해 라이젠 3000 프로세서와 함께 출시됐다. (사진=MSI)

또 500 시리즈 칩셋 중 최상위 제품인 X570 메인보드는 AMD 라이젠 3000 시리즈와 함께 지난 해 출시됐다. B550 칩셋 탑재 메인보드는 올 6월, A520 메인보드는 8월에 출시됐다. 단기간에 갑자기 품귀현상을 겪을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취재에 응한 메인보드/PC 제조사와 유통사 관계자 중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 사람은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프로세서가 충분하면 메인보드가, 메인보드가 충분하면 프로세서가 수급 불균형에 빠지는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