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현재 국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지위를 상향 조정해야한다고 권고했다. 독립적인 전력 규제기관 도입이 탄소중립·그린뉴딜 등 에너지전환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제언이다.
IEA는 26일 발간한 '한국 에너지정책 국가보고서'에서 "한국은 전기위원회의 지위를 전력 산업 규제기관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요금 설정과 시장 모니터링에 대한 해당 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역할에 맞춰 위원회 직원들의 권한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IEA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회원국의 에너지 정책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하고, 회원국에 대한 정책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에너지정책 국가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우리나라를 다룬 보고서는 지난 2006년과 2012년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발간됐다.

보고서에서 IEA는 "한국의 전력 부문은 단일 구매자로 구성된 의무적 풀(mandatory pool)로 운영된다"며 "도·소매 가격은 시장이 아닌 정부가 설정하는데, 전기위원회의 역할은 대체적으로 자문을 제공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력 부문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 결정은 모두 정부가 한다"며 "전력 부문을 개방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진정한 경쟁과 독립적 규제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전기요금 제도 개선에 있어 전력 부문에서 독립성을 확보한 규제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에너지규제위원회(PUC)와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에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미국과 영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 전기료 심의와 의결 과정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의 입김이 세게 작용한다.

IEA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뿐 아니라 경쟁력있는 전력·가스 시장에 대한 성과 주도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친환경 에너지 과세제도'를 발전시켜 미세먼지 비용을 연료가격에 반영하는 한편, 장차 수송용 연료 분야에서도 과세가 필요하다고 봤다.
IEA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IEA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만, IEA는 그린뉴딜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IEA는 "한국은 야심찬 목표를 달성키 위해 에너지 전 분야에서 탈(脫)탄소화 노력을 배가하고, 규제·제도적 장벽을 해결하며, 유연한 시장구조를 도입하고 첨단 기술과 혁신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 IEA 고위급회의 참석2020.07.09
- 주영준 실장, IEA 회의서 "전력수급 불확실성에 대응해야"2020.05.30
- 한전, 재생에너지 특별전담조직 신설…에너지전환 발맞춰2020.11.02
- 정부, '지역 중심' 에너지전환에 박차 가한다2020.09.28
그러면서 IEA는 "한국 정부는 에너지 공급망과 전체 에너지 시스템이 점점 더 디지털화됨에 따라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한국이 지난해 첫 번째 국가 사이버 안보 전략을 발표해 타 IEA 국가들에게 모범 사례를 보여주었음에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향후 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 IEA의 정책평가와 권고사항을 충실히 활용할 예정"이라며 "국가보고서에 수록된 국내 정책 사례가 IEA 회원국 정책수립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