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일 넘게 고장 상태로 방치된 양재수소충전소가 천신만고 끝에 재개장 허가를 받았다. 수소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걱정이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24일 오후 서울시청의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허가 공문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승인 내용은 ▲국공유지 경계 구분을 통한 도로의 무단 점유 방지 ▲충전소 내부 별도 출구 개설 ▲공공도로 재정비 등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5일부터 현대차가 사전에 구축한 양재수소충전소 시설물등을 철거하는 공사가 시작되고, 정식 재개장 목표 시기는 내년 1월이 될 전망이다.
충전기 노후화 우려에도 운영시간 늘렸던 양재수소충전소
양재수소충전소는 지난 2010년에 구축됐다. 당시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갖고 있었던 현대자동차는 해당 장소를 연구용 시설로 활용했었다.
양재수소충전소는 지난 2018년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의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현대차는 또 양재수소충전소 충전 비용을 별도로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양재수소충전소는 넥쏘 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전기버스 등을 위한 주요 충전 시설로 자리잡았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양재수소충전소는 지난해 9천276대에 달하는 수소전기차를 충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안전사고는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초 양재수소충전소 운영시간을 확대하는 조치도 취했다. 기존에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휴무였지만, 변경후에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됐었다. 충전기 노후화 우려는 당시에 일부 제기됐었지만, 현대차가 소비자 충전 수요에 더 신경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가 이같은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넥쏘 판매량과 연관된다. 현대차 월별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넥쏘 누적 판매량은 3천906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5.4%나 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넥쏘의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양재수소충전소 운영 시간 확대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10년 가까이 운영된 양재수소충전소 수소충전기는 더 많은 수소전기차를 충전시키는데 한계를 보였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13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노후화 및 충전 차량 급증에 따른 설비 과부하로 고장이 발생했다”며 “수리 소요 시간은 2주”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의 예상과 달리 수소충전기 운영 상태는 더 심각했다. 약 두 달간 양재수소충전소가 정상운영과 고장 등이 반복되면서, 결국 현대차는 올해 2월 홈페이지에 다시 “설비 노후화로 인해 더 이상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새로운 설비로 재구축해 2020년 말 재개소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운영권 넘겨받은 서울시, 주민 등과 마찰 겪어
현대차는 지난 2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올린 후 6개월동안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계획안을 수립하지 못했다. 올해초부터 생긴 코로나19 이슈가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수소전기차 신규 누적 등록대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렇다할 대안을 내지 못했던 현대차는 결국 지난 8월 서울시를 대상으로 “양재수소충전소 연내 재개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보냈다. 이후 현대차는 서울시에 기부체납 방식으로 양재수소충전소 운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운영권을 넘겨받은 서울시는 지난 9월 서초구청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냈다. 수소충전소 운영을 위한 설비용량을 늘려 더 많은 수소전기차 오너들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곳이 주된 골자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당시 서울시 요청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주민설명회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서울시는 이에 난색을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이 수그러들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설명회를 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결국 서울시는 서초구청과 협의 끝에 지난달 26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주민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또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 활용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별도 청취 공간을 양재2동 주민센터에 마련했다.
양재2동 주민센터는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을 반대하는 주민들로 가득했다. 일부 주민들은 “수소가 코로나19보다 무섭다”라고 주장하거나 “강릉 사고는 수소충전소에서 일어난 사고”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이어나갔다.
서초구청의 주민설명회 요구를 받아준 서울시는 이달 초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허가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을 수신받은 서초구청은 교통문제와 주민 반발 등으로 두 차례 심사를 연기했지만, 24일 조건부 허가를 내렸다.
지디넷코리아 취재결과 서초구청의 조건부 허가 당일인 24일,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반대 측 주민 10여명이 강력한 집단 행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시 첫 날이었다. 서초구청은 3시간 넘게 반대측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일부 강남주민도 충전소 반대...충전소 확대 가능할까
양재수소충전소가 고장 후 348일만에 재개장 허가를 받으면서, 앞으로 서울시내 수소충전소 추가 건설이 활기를 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시 자치구별(25개) 수소전기차 신규등록대수에 따르면, 전체 1천431대 중 서초구가 150대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가 121대로 2위를 기록했고, 강동구가 116대로 3위, 송파구가 109대로 4위를 기록했다.
서울시 등은 양재수소충전소 뿐만 아니라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인근 부지에 수소충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가 최근 서울시 월별 수소전기차 등록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수소전기차 충전 편의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탄천물재생센터 인근 수소충전소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도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해당 수소충전소 건설 예정부지 인근에는 “알고계시나요? 주민도 모르게 설치 예정인 #수소충전소”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부착됐다.
해당 수소충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탄천물재생센터 내 수소충전소 반대 일원주민회’라는 단체를 만들고 정부와 지자체 등에 주민 설명회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이들의 요청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언제 수소충전소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민설명회 등이 개최되고 나면 일원동 수소충전소의 신규 구축 유무가 더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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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에는 양재, 강동, 여의도 국회, 상암 등 총 4곳의 수소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강동과 여의도 국회는 유료 충전이 진행되고 상암은 연말까지 무료 예약제 충전 방식이 진행된다. 양재가 내년 1월 재개장이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 서울시내에는 모든 충전소의 정상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수를 15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 반대 여론이 남아있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수소충전소 건설이 가능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