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예상대로 진행되는 구글의 인앱결제 공세

'상대적 개방성' 부각시켜…치밀한 대응방안 필요

데스크 칼럼입력 :2020/11/23 16:54    수정: 2020/11/23 23:5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이 '예상대로' 앱 장터 개방을 중요한 무기로 들고 나왔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에픽 게임즈의 반독점 주장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을 하면서 구글이 내세운 논리가 ‘경쟁 앱 장터 허용’이다. 구글의 논리는 간단하다.

“앱 배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경쟁 앱 장터도 전면 허용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인기 있는 건 뛰어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사진=씨넷닷컴

이 문건에서 구글은 최근 끝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퀄컴 간의 항소심 판결도 적극 인용했다. 제9순회항소법원은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은 반경쟁 행위가 아니라 '고도로 경쟁적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셔먼법을 비롯한 연방 독점금지법은 경쟁 방해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극도로 경쟁적인(hypercompetitive) 행위’는 허용하고 있다는 게 당시 판결 취지였다. 

특히 항소법원은 “퀄컴은 열정, 상상력, 헌신과 창의력을 통해 경제적 근육을 유지해 왔다”고 판결했다. 구글 역시 앱스토어 시장에서 퀄컴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는 주장인 셈이다. 

구글, 상대적 개방성 무기로 공세 강화할 듯 

앞서 나는 '예상대로'란 말을 사용했다. 이 글을 쓰게 된 건 바로 그 '예상대로'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9월28일 인앱결제 전면 확대를 공식화했다.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를 내년 10월부터는 모든 앱에 적용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몇 개월 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인앱결제 전면 적용'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날 구글이 발표한 정책은 한 가지 더 있었다. 경쟁 앱 장터를 대폭 허용하겠다고 선언한 것. 내년 출시될 안드로이드12부터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좀 더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당시 발표 골자였다.

이 발표는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인앱결제 전면 적용에 비하면 큰 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경쟁 앱스토어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밀어내긴 힘들다.

(사진=미국 씨넷)

하지만 난 당시 구글의 이 정책은 예사롭게 넘길 부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선 큰 의미 없을 지 몰라도 법정에선 상당히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에픽 게임즈와의 소송에선 앱 배포 및 결제 시장 독점이란 논리를 부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많아 보였다. 

물론 구글의 논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절대적인 앱 배포 및 결제 시장에서 인기 플랫폼의 장점은 상상 이상이다. "경쟁 앱 장터도 쉽게 깔 수 있도록 해 줄게"란 조치만으론 의미를 갖기 힘들다. 

제대로 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선 이용자들에게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비롯한 여러 앱 장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줘야 한다. 물론 구글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업체들과 체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판매협약(MADA)’을 통해 플레이 스토어나 구글 검색 같은 인기 앱 기본 탑재를 요구하고 있다.

내가 구글의 표면적 개방성이 앱 장터 시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사실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구글의 ‘앱 장터 개방성’은 애플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무기로는 꽤 효과적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미국 소송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인터넷 업계나 정부 당국이 구글 인앤결제 문제를 다룰 때 좀 더 치밀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애플과 다르다는 구글의 논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상황으론 인앱결제는 법률 등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사업자가 특정 앱스토어나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런데 이게 간단하지 않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앱결제가 별도 서비스인지, 앱스토어에 포함된 기능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회나 인터넷 업계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법적 논리를 마련해야만 한다.

또 다른 부분은 구글의 ‘상대적 개방성’이다. 앱스토어만 허용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앱 장터를 개방하고 있다. 게다가 구글은 ‘인앱결제 전면 확대’ 정책을 공개하던 날 앱 장터 개방 정책을 더 확대했다. 

이 조치는 시장보다는 법정을 겨냥한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구글이 ‘소비자 선택 확대’란 논리를 통해 배심원들을 공략할 가능성이 많아 보여서다. 

구글의 이런 소송 전략을 지켜보면서 국내 정치권과 업계가 좀 더 치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은 “(애플과 달리) 우린 개방적인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일부 인하 정책에 대한 반응도 다소 아쉬웠다. 애플이 최근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 앱스토어 수수료를 15%로 낮추는 정책을 발표하자 국내 많은 매체와 인터넷 업계가 일제히 “구글은?”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그런데 난 이 공세도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는 자신들의 매출은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95% 영세 개발자들을 껴안는 전략이다. 연매출 100만 달러 이하 중소 개발자들의 수수료는 애플 앱스토어 전체 매출의 5%도 안된다.

(사진=씨넷)

그런 상황에서 애플의 정책 변화를 구글 공격에 활용하는 건 자충수가 될 우려가 있다. 앱스토어 독점 문제는 단순히 수수료 몇 %가 핵심 쟁점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이 애플처럼 ‘매출 100만 달러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 수수료를 낮춰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순 없다. 

요약하면 이렇다. 구글의 인앱결제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구글의 전략을 좀 더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구글은 앱스토어 시장에서의 ‘상대적 개방성’을 중요한 무기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따라서 이 부분을 감안해 좀 더 치밀하게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런만큼 국회와 인터넷업계는 예상되는 법적 쟁점과 구글의 논리에 좀 더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 “인앱결제를 강제할 경우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된다”거나 “앱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얘기만 되풀이할 때가 아니란 얘기다.

이젠 구체적인 실행 파일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그런 논리를 개발하는데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구글이란 상대가 절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에 비해 개방적이란 점 역시 구글의 ‘인앱결제 공세’를 막는데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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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최근 구글은 국내 신규 앱에 대한 인앱결제 의무 적용 시한을 내년 10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물론 일부 앱 개발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기존 앱에 대해선 10월 적용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 큰 의미는 없는 조치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