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인앱결제, 법적 성격부터 분명히 하자

앱장터와 통합 시장인지 분리된 시장인지가 핵심

데스크 칼럼입력 :2020/11/19 16:28    수정: 2020/11/21 10:5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앱결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앱장터와는 분리된 별도 시장일까? 아니면 앱장터의 일부분일까?

국회가 구글 인앱결제 방지 법안에 대한 입법논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동시에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인앱결제 문제를 좀 더 명확하게 할 기회가 멀어진 듯해서다.

그 동안 인앱결제 문제를 놓고 많은 공방을 벌였다. 굉장히 많은 토론회가 열렸다. 저마다 인앱결제를 강제 적용할 경우 국내 앱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주장을 했다. 학술단체들이 주관한 토론회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진=미국 씨넷)

물론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토론회를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도 적지 않았다. “인앱결제 문제를 좀 더 찬찬히 따져보면 더 생산적인 토론회가 됐을텐데”란 생각도 하게 됐다.

국회엔 지금 인앱결제 방지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인앱결제 방지법안이라 불리지만, 사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이다. 주로 앱 마켓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이나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 통과를 위해 관련 토론회나 공청회를 여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입법안의 허점을 파악하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지난 여름 인앱결제 관련 토론회가 우후죽순처럼 많이 열린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API와 결제 프로세서 독점이 핵심…그 부분 명확하게 해야 

하지만 토론회 소식을 전해주는 기사나 글들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인앱결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정확하게 그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규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인앱결제를 단순한 결제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앱 장터 일관성 유지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에픽게임즈와 구글(애플)의 소송에선 어떤 논리가 오가는 지 살펴봤다.

에픽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구글이 앱 배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앱결제 처리 시장까지 독점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앱결제 처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에픽의 논리다. 찬반 여부는 차치하고, 그 논리를 한번 따라가보자. 에픽은 애플과 구글을 제소한 소장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개발자들은 소비자들이 끊김 없이, 효과적으로 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게 인앱결제 처리 과정이다.

인앱결제 처리를 위해선 앱에 API를 통합한다. 소비자들이 인앱 구매를 하게 되면 API가 (신용카드 같은) 결제 수단을 결제 프로세서(payment processor)에 보낸다. 구글의 결제 프로세서는 구글 플레이 빌링(Google Play Billing)이다. 

구글 플레이 빌링은 요청받은 것이 합당한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가 없을 경우 승인이 떨어지면서 거래 작업이 진행된다. 이 작업도 구글 플레이 빌링이 담당한다. 구글이나 애플은 거래 승인 및 처리 작업을 하는 API와 결제 프로세서를 독점한다. 

그런데 결제 프로세서를 제공하는 건 구글, 애플 뿐만이 아니다. 페이팔, 스퀘어 같은 많은 업체들이 결제 프로세서를 갖고 있다. 에픽은 자체 결제 프로세서가 있다. 그건 API도 마찬가지다. 애플,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API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구글이나 애플은 앱 바깥에서 결제 프로세서가 구동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앱결제라 부른다. 

이런 제재를 가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그래야만 구글이 앱장터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구글 빌링을 통해 거래를 승인해야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에픽은 API와 결제 프로세서를 제3의 업체들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경쟁을 통해 훨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앱결제 공방의 핵심은 결제 처리를 위해 구글이 제공하는 API와 구글 플레이 빌링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점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인앱결제의 법적인 성격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인앱결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경쟁 방해 행위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거래와 비교해 본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고집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백화점 거래를 한번 생각해보자. 

백화점은 입점 업체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제품 품질부터 서비스, 매장 인테리어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재를 한다. 

그런데 결제 방식은 백화점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건 매장 관리 바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픽은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건 백화점들이 결제수단까지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구글이나 애플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앱 장터 내의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선 인앱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오프라인 백화점들이 입점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각종 기준 중 하나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에픽은 인앱 결제가 앱 장터와 별도로 분리된 시장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구글(애플)에게 인앱결제는 앱장터에 통합된 시장이다. 그래서 구글 플레이 빌링만 사용하도록 하는 건, 백화점이 입점 업체들에게 통일된 매장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를 것 없다는 논리다. 

따라서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인앱결제를 앱 장터와는 분리된 별도 시장으로 봐야 할 지, 아니면 앱 장터에 통합된 시장으로 봐야 할 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인앱결제 강제 적용을 막는 법이 좀 더 안정성을 갖기 위해선 이런 논리적 검토가 꼭 필요하단 얘기다. 

관련기사

내가 지난 여름 수많은 토론회를 보면서 아쉬웠던 건 이런 부분이었다. 인앱결제 의무 적용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정작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토론이 조금 부족해 보인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을 통해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을 짚어봐야만 ‘인앱결제 강제 금지’란 법적 안정성을 좀 더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