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의 Newtro] 주파수 재할당 갈등,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0/11/19 14:49    수정: 2020/11/19 17:18

2G 20MHz폭, 3G 20MHz폭, LTE 270MHz폭 등 총 310MHz폭의 주파수 재할당 가격을 놓고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한 치 양보 없이 격돌 중이다.

정부는 과거 경매대가 결과를 근거로 가격을 매기려 하고, 이동통신 3사는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 주파수의 가치가 떨어진 만큼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5G와 LTE가 공존하는 복합망 시대가 한 동안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과거 LTE 성장기에 버금가는 대가를 내라는 논리다. 반면 이통사들은 5G 시대에 한 물간 LTE의 주파수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요지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양측이 각기 철저하게 무장된 논리로 창과 방패 대결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걸린 판돈이 조 단위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소 3조2천억원에서 4조4천억원을 요구하고 있고 이통사들은 1조원대 지불의사를 보이고 있어 괴리가 크다.

불리한 것은 이통사들이다. 통신 산업이 대표적 규제 산업이어서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정부는 지난 17일 공개한 주파수 산정대가에서 한 발자국도 양보할 뜻이 없다. 때문에 이통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행정소송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신규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가 아니라 기존 2G‧3G‧LTE 서비스가 제공 중인 주파수를 재할당받는 것이란 점이다. 자칫하면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해법은 정부가 이통사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득하거나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 합의해야 한다. 또 향후 이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할당 대가산정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사실, 이는 정부가 과거 주파수를 할당하는 과정에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 예로 2014년 9월 정부는 ‘인터넷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의 하나로 KT가 3G용으로 할당받은 2.1GHz 대역을 LTE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허용했다.

또 2016년 4월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2.1GHz 대역 100MHz폭 중 80MHz폭을 SK텔레콤과 KT에게 각각 40MHz폭씩 재할당하고, 20MHz폭만 경매에 내놓았다.

당시 이를 두고 LG유플러스는 두 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며 크게 반발했고, 국회에서는 KT의 특혜성 용도변경과 두 사업자에 대한 재할당을 중단하고 회수‧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2016년 4월 경매가 시작되기 약 6개월 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과 KT의 3G 가입자가 각각 530만명, 340만명에 달해 재할당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피해가 우려된다며 경매를 하지 않고 전파법 시행령 별표3의 기준에 따라 재할당 했다.

또 크게 반발했던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에 SK텔레콤과 KT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최저경쟁가에 주파수를 획득하면서 반사이익도 얻었다.

모두 전파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한 일이었지만 정부가 법에 대한 유권해석과 정책 결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현재 재할당 논란과 달리 그 결과가 정반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기업의 정책 예측가능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린 결과를 초래한 일로 재할당 논란이 다시 불거진 이유다. 현재 이통사들이 2016년 재할당과 경매 사례를 들어 대가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이제 와서 2016년 재할당 대가 산정은 당시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며 배제하려는 것에 이통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깊이 있는 고민의 결과로, 5G 도입 영향에 따른 LTE 주파수의 가치 하락과 5G 투자와 연동시켜 주파수 대가를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이통사들이 이를 선심 쓰듯 바라보며 불가방침을 고수하는 것도 이 같은 사실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서비스는 2G에서 3G, 3G에서 LTE, LTE에서 5G로 진화를 해오면서 이 같은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갈등은 예견돼 왔다. 단 한 번도 앞의 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중단되고 다음 세대로 넘어간 적이 없다. 이통사들은 2G, 3G, 4G LTE, 5G를 여전히 동시에 제공 중이다.

이제 와서 이를 복합망 시대라며 LTE의 가치가 5G와 연동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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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주파수에 대한 신규할당, 재할당 등에 대한 정의와 대가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준비가 됐어야 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주파수 사용주체인 통신사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이 같은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재할당 이슈를 잠재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