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3년 만에 다시 2천만원…왜 오르냐고요?

"펀더멘털 강화 보여주는 상징적인 가격"

컴퓨팅입력 :2020/11/18 17:48    수정: 2020/11/18 20:53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2년 10개월 만에 다시 2천만원을 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비트코인이 대체자산으로 재평가 받고 있고, 세계 최대 결제 사업자 페이팔이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드는 등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이 강화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천만원 돌파'라는 상징적인 사건에도 시장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30분 께 1 비트코인(BTC) 가격이 2천만원을 돌파했다.

18일 오후 1시 30분 께 서울 강남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시황판에 2천만원이 넘은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비트코인 가격이 2천만원을 기록한 것은 201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2017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해 12월 중순 2천500만원을 찍고,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해 왔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는 것에 일일이 이유를 붙여 분석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었지만, 이번 2천만원 돌파는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이 강화돼온 부분이 상징적인 가격으로 표현됐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올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견고하게 만드는 제도적·시장적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재무부 산하 은행 규제감독기관인 통화감독청(OCC)은 미국 내 모든 은행이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암호화폐를 전통 금융권 안으로 끌이기 시작했다. 또, 미국 와이오밍주는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업체 크라켄에 은행 설립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암호화폐를 디지털금융의 일종으로 인정하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본 규정을 담은 입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에 투자에 기관과 자산가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트코인을 대체자산으로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한 몫했다. 미국 정부가 달러를 과잉발행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비트코인은 유통량이 정해져 있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커진 것이다.

실제 스퀘어나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미국 IT 기업은 회사 자산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암호화폐 신탁펀드 투자사 그레이스케일의 신탁 규모도 증가 추세다. 그레이스케일은 현재 1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에 IT기업과 금융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페이팔은 최근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매매 및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팔은 이 같은 기능을 내년 상반기 중 간편송금서비스 벤모로 확장하고,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내년 초부터 이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를 전 세계 2천600만 가맹점에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암호화폐 자회사 피델리티디지털에셋을 세우고, JP모건은 자체 암호화폐 JPM코인 발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제국주의'의 한중섭 저자는 "2017년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다면 올해는 메인 투자자가 기관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큰 차이"라면서 "월스트리트에서 비트코인의 밸류를 심도 깊게 평가하기 시작했고, 그레이스스케일 같은 업체가 비트코인을 엄청나게 매입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이 시장은 현재 미국 금융 투자사들 주도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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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을 개인이 끌어올리지 않았다는 점은 '구글 트랜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올해 구글 트랜드에서 비트코인 검색량은 가격과 별다른 연관성 없이 움직였다. 

기업용 디지털화폐 솔루션 전문업체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 대표는 "3년과 비교해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이 올라 갔다고 봐야 한다"며 "가격은 다시 떨어질 수도 있지만 시장은 건강해지고 있고 이제 비트코인은 없어지려야 없어질 수 없는 것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