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연말 정기인사 임박…미래준비 새판 짠다

코로나·미국 대통령 교체·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안정 속 변화'

디지털경제입력 :2020/11/13 18:21    수정: 2020/11/14 08:55

재계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왔다. 올해는 코로나19와 미국 대통령 교체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맞은 가운데 기업들이 '안정' 기조를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 기업들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경영 현안에 맞춰 포스트 코로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핵심 사업들에 힘을 쏟는 조직 정비에 신속히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의 2021년도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이 임박했다.

첫 주자는 LG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예년과 같이 11월 마지막 주 인사 단행이 예상된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12월 첫째 주에 진행했지만, 올해엔 이보다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SK그룹은 12월 초로 점쳐진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삼성은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현직 경영진의 사법 이슈로 인사가 다소 불투명해진 분위기다. 인사 시기가 다소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 있다. 삼성은 2016년에도 국정농단 재판으로 연말 임원 인사를 건너뛰고 그 다음 해인 2017년 5월과 11월에 임원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정기 임원 인사가 해를 넘겨 올해 1월에 진행됐다.

올해에도 인사 시즌 전후로 두 개 재판이 맞물려 있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공판기일이 이달에만 두 차례가 예정돼 있고, 12월을 거쳐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 다음 기일도 내년 1월로 잡혔다.

이에 경영지원 관련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지 않겠냐는 예상도 나온다. 재판에 연루된 현직 임원들에 대해서는 "삼성이 준법·윤리경영을 지속 강화, 이를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출범돼 있어 관련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재계 전망도 있다.

반도체 담당 DS, 모바일 담당 IM, TV·가전 담당 CE 각 사업부에 대해서는 삼성의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 아래 승진 폭이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TV·가전 등 부품과 세트 전반이 선방, 분기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잘 이겨냈다"는 평을 받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사업을 잘했기 때문에 현 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전문경영인이나 성과가 뚜렷한 사업조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고 경영진이 참석해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연말 'CEO 세미나'를 거쳐 임원 인사 평가를 진행해 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이 자리에서 재무성과에서 나아가 높은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신뢰와 공감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SK 핵심 축을 ICT, 반도체와 에너지∙화학에 두고 있는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그룹 공통의 중장기 경영 과제로 두고 구체화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하면서 인사 기조 반영에 이목이 쏠린다.

최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수락 여부도 인사 변수로 꼽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 회장에 회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최 회장이 최근 인문가치포럼 등을 통해 "사회가 기업과 기업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SK텔레콤 사업부 분사 추진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비자금 의혹 수사,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합병(M&A) 등도 인사와 조직개편에 미치는 요소로 거론된다.

LG그룹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각 계열사 CEO가 참여하는 사업 보고회에서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반영한다. 이번 하반기 보고회는 지난달 시작했으며 다음 주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뒀다.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고위 경영진도 대체로 교체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사업 성과가 좋아 유임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도 화두다.

관련기사

이에 '큰 변화'보다는 승진 인사, 젊은 세대 교체, 여성 임원 확대 등이 주목된다. 다만 이 가운데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독립법인 출범에 따른 경영진 인사가 두드러지면서 전체 기조는 '안정 속 변화'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요소로 올해 기업들은 체계를 바꾸고 변화를 주며 큰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토대 아래서 미래 준비를 하는 인사 방향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