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카테크] "레벨 3 자율주행” 취득했다는 혼다, 믿어도 될까

전반적인 설명은 레벨 2 수준...차별화된 사양 설명은 없어

카테크입력 :2020/11/13 16:58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크게 화두가 된 것은 바로 일본 혼다의 ‘레벨 3(3단계) 자율주행’ 조건 충족 형식 인증 소식이다. 혼다는 이를 통해 3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레전드 차량을 내년 3월 전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믿어도 될까?

혼다가 제시한 3단계 자율주행 기술 구현의 특징은 경쟁업체들이 내놓은 기술과 큰 차별점이 없다.

일본 NHK의 경우 혼다가 세계 최초로 양산형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을 내놓는다고 소개했지만, 실제로 북미지역 등에서는 GM의 슈퍼크루즈 등 다양한 기술들이 양산차에 탑재돼 소비자들에게 모습을 보였다.

혼다는 일본 NHK 보도 내용과 달리 자사의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 최초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NHK와 달리 보수적인 입장에서 자사의 최신 기술을 소개하려는 눈치다.

혼다 센싱 구동 장면. 혼다 센싱은 2단계 수준의 주행보조가 작동된다. (사진=혼다)

혼다가 이번에 인증한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꽉 막힌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 하에서 작동된다. 정체구간에서 불필요한 운전자의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 조향을 줄여 피로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만약 혼다의 3단게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 차량 스스로 운전자가 조향을 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낼 수 있다.

이같은 기술 설명은 아우디 등이 기존에 내놓았던 혼잡구간보조시스템과 유사하다.

혼잡구간보조시스템은 차량 주변의 센서가 차량 통행량이 많아지고 통행 속도가 느림이 감지하면 작동된다. 이 때 시속 60km/h 이하 저속 구간에서 스티어링 휠 자동 조향이 가능하다. 만약 운전자가 장시간동안 전방 주시 의무 등을 하지 않을 경우, 차량 스스로 경고음을 보내고 직접 조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도 한다.

제네시스 GV80 헤드업디스플레이 화면, 자동차선변경 가능한 HDA2 실행화면 등이 담겨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렇다면 정체 구간이 아닌 곳에서 혼다의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될까? 혼다는 아직 이 점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내지 않았다. 만약 운전자가 고속도로에 들어오면, 전방을 주시한 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안내도 없다. 새로운 기술과 안전 기준을 원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혼다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제시한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2단계와 너무 유사하다. 또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특별한 기술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 자동차기술학회(SAE)가 정의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0 단계 자율주행 기능 없는 일반 차량, ▲1단계 자동 브레이크, 자동 속도조절 등 운전 보조 기능, ▲2단계 부분자율주행, 운전자의 상시 감독 필요, ▲3단계 조건부 자율주행, 자동차가 안전 기능 제어, 탑승자 제어가 필요한 경우 신호, ▲4단계 고도 자율주행, 주변환경 관계없이 운전자 제어 불필요, ▲5단계 완전 자율주행,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 주행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SAE가 제시한 기술 구분은 많은 자동차 학계와 업계가 널리 쓰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율주행에 대한 용어적 구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혼다 등이 사용하는 ‘3단계 자율주행’ 어떻게 보면 오해를 더 유발시킬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율주행’ 용어는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때 사용되는 것이 맞다. 차량 자체가 운전자의 주행 피로를 덜어주고 도와주는 개념이라면 자율주행 대신 ‘주행보조’ 표현을 쓰는 것이 옳다. ‘레벨 3 자율주행’ 또는 ‘3단계 자율주행’도 결국 운전자의 개입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단순한 주행보조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테슬라는 크게 고속도로 등에서 차선 중앙 유지와 앞차와의 차간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오토파일럿’과, 목적지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오토파일럿 등 총 두 가지 종류의 주행보조 기술을 갖춘 상태다. 현재 일부 차량을 대상으로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요구되지 않는 자율주행 기술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입힌 상태며 아직 북미지역에서만 해당 기능이 작동된다.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 실행중인 테슬라 모델 3 (사진=지디넷코리아)

혼다가 테슬라보다 진보된 주행보조 기술을 내놓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은 바로 커넥티비티 활성화다. 5G 등 첨단 네트워크를 활용해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 시키고, 업데이트된 내비게이션의 제한속도, 사고 발생 유무 등을 파악하면 다른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최상의 주행보조 기술을 갖출 수 있다.

관련기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앞차와의 간격 유지와 차선중앙 등을 유지할 수 있는 주행보조 기능만 보편화됐다. 테슬라처럼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이렇다할 주행보조 관련 무선 업데이트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다.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과감히 주행보조 기술 승부를 낼 수 없는 상태다.

제네시스의 경우 내년 출시될 예정인 G90 풀체인지 등에 펜더 카메라를 장착할 예정이다. 이는 테슬라와 유사한 구조로 사각지대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보다 효율적인 차선변경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이 보편화된다면 혼다보다 늦더라도 3단계 이상의 주행보조는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