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작업이 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가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감지되면서다.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기 어려운 만큼 거래를 이어갈지 여부에 대한 산업은행 측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JC파트너스의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JC파트너스가 약속한 기한 내 인수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조율을 이어왔으나, 두 차례 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인수자금을 제시하지 못하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인수에 총 5천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보통주 8천800만주)를 2천억원에 사들이고, 두 차례에 걸쳐 3천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또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그 중 지분 인수 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하면서 JC파트너스는 증자 재원만 서둘러 확보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1차 자본확충금액인 1천500억원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KDB생명을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한다는 JC파트너스의 계획을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재보험사 전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 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JC파트너스와 협업할 것으로 기대되던 글로벌 투자회사 칼라일그룹도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 손을 잡은 상태다.
이에 산업은행만 난처해졌다. 또 다른 매각 주체인 칸서스자산운용의 '비토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정관을 바꿔가면서까지 JC파트너스로의 매각을 밀어붙였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에도 거래가 불발된다면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저금리·저출산 기조로 보험업황이 악화된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추가로 자본금도 쌓아야 하는 부담으로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금호그룹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6천500억원에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했고, 총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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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산업은행 측은 이대로 거래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른 인수 주체와의 협상 기회를 열어두겠지만, JC파트너스 측의 회신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의 매각과 관련해 "투자자 모집의 마지막 단계"라면서 "연말까지 매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