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전선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매각 주체 중 한 곳인 칸서스자산운용이 생각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감지되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칸서스자산운용은 KDB생명 매각 건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일각에선 산업은행과 우선협상대상자인 JC파트너스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KDB생명 매각 가격이 칸서스자산운용의 기대치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 보는 KDB생명의 매각가는 5천500억원 수준이다. JC파트너스가 KDB생명 구주(92.73%)를 2천억원에 사들이고, 3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결국 KDB생명의 가치를 2천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라 칸서스자산운용의 불만이 크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이 회사는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는 우려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칸서스자산운용의 판단이 관건이다. 이들이 비토권을 행사한다면 KDB생명 매각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현재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각 68.2%와 2.47%의 지분을 들고 있는 KDB칸서스밸류PEF인데, 칸서스자산운용 측은 PEF 설립 당시 계약에 따라 비토권을 확보한 바 있다.
다만 칸서스 측이 매각을 반대할지는 미지수다. 현 시점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KDB생명의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실제 KDB생명은 올 1분기 4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작년보다 4배 성장했으나, 영업보다 금융상품투자 수익과 외환거래이익의 기여도가 커 영업력 중심의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추가로 자본금도 쌓아야 한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로 생명보험업계 전반이 운용자산이익 하락과 역마진 부담을 짊어진 역시 우려스런 부분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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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노조도 칸서스자산운용 측에 조속한 동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칸서스 측이 제도 변화에 대응해 자본 확충을 해줄 수 없다면 서둘러 매각을 결정하라며 집회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SPA 체결을 위해 JC파트너스 등 이해관계자와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면서 "가격 조건 또한 확정되지 않아 칸서스자산운용의 비토권 행사 여부를 논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