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급으로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 수 있는 공중전화 부스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이 공중전화의 계보를 이을 신개념 부스가 생겨 주목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원격근무가 상시화 되면서 최근 원격근무 서비스 전문기업 알서포트가 화상회의 전용부스 ‘콜라박스’를 출시했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1·4인실 부스, 카메라, 모니터, 리모콘 등 장비 일체를 원스톱(One-stop) 패키지로 지원한다. 실제로 콜라박스가 출시되자 공간 부족에 허덕이던 한 공공기관이 콜라박스 1·4인실을 주문했다.
콜라박스란 협업을 뜻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과 박스(Box)를 합친 말이다. 코로나19가 초기 확산되던 지난 4월 알서포트의 국내 화상회의 서비스 이용은 36배까지 치솟은 바 있다. 알서포트는 원격근무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고객사 등으로부터 몇 가지 필요성을 요구받으면서 최근 콜라박스를 출시했다.
직원들이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 내 회의실 수는 정해져있는데 직원 한두 명이 원격회의를 하겠다며 넓은 회의실을 다 차지해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모자란 회의실을 뚝딱 하고 만들어낼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모두 다 같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홀로 떠들며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힘들다. 공개적으로 말해야하는 부담도 있고, 화상회의 목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업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서포트는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 휴게공간에 콜라박스 1·4인실 각 한 개씩을 설치했다. 기자가 실제로 관찰해보니 콜라박스의 외관은 꼭 커다란 전화 부스처럼 생겼다. 특수방음 자재로 제작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깥 소리가 차단된다. 내부 공간에는 좌석과 테이블, 화상회의용 카메라, 모니터, 리모콘 등이 있다.
1인실 콜라박스의 규격은 1,200(가로, cm)X1,200(세로)X2,006(높이), 4인실 규격은 2,400X1,200X2,006다. 1인실 콜라박스도 2명 정도는 동시에 들어갈 만큼은 된다. 4인실 콜라박스의 경우 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2명씩 총 4명이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이 배치됐다.
테이블 위에는 약간 거리를 두고도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원거리 마이크가 마련됐다. 테이블 아래에는 알서포트의 기존 화상회의 서비스인 '리모트미팅'을 콜라박스에 최적화 해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셋톱박스가 설치됐다. 이 셋톱박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리모트미팅 실행은 성인 손바닥만 한 작은 리모콘으로 조작할 수 있다. 콜라박스에서 리모트미팅으로 회의를 개설해 외부 다른 리모트미팅 이용자들에게 회의방 접속코드를 배포해 입장하도록 할 수 있다. 반대로 외부 리모트미팅 이용자가 개설한 회의방 접속코드를 콜라박스 리모트미팅에서 입력해 열 수 있다.
기자가 콜라박스 내부에서 원격회의 방을 만들어 콜라박스 밖 휴게실에 있는 알서포트 직원과 화상회의를 나눠봤다. 기자가 이전에 노트북으로 리모트미팅을 사용해봤을 때와 같은 사용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최대 30명의 모습이 화면 아래에 동시에 표출된다.
리모트미팅의 유용한 기능 중 하나인 음성 인식 자동 회의록 또한 마찬가지로 콜라박스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기자가 이용했던 콜라박스 버전 및 환경에서는 문자 변환 속도가 다소 느렸다. 회의 참가자에 대한 기록이 남겨지는 타임라인 기능도 PC, 노트북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구현됐다. 화면 캡쳐나 회의 영상 녹화도 가능하다.
알서포트 관계자에 따르면 리모콘만으로 리모트미팅을 조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매끄러운 유저인터페이스(UI) 구현하는 것이 콜라박스 기획에서 중요 포인트 중 하나였다. 단순한 리모콘 조작으로 리모트미팅 내 라운지(시작 화면)와 화상회의 방, 메뉴를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다양한 기능들이 몰려있는 메뉴도 IPTV처럼 화면 왼쪽에 깔끔하게 배치됐다.
처음 콜라박스를 설치한 환경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화상회의를 이용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 환경과 같은 세부 환경 조정도 가능하다. 보안을 위해 지정된 기업 인터넷 회선을 써야 하는 경우 IP 주소를 입력해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다.
꼭 화상회의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보안 유지가 필요한 회의나 비대면 고객 상담 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콜라박스에서 화상회의를 마치고, 직원이 자신의 노트북을 HDMI 선으로 연결해 모니터에 노트북 화면을 띄워 나머지 브리핑을 이어갈 수도 있다.
콜라박스에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항균을 위한 장치들도 설치됐다. 항균 코팅 자재를 사용해 부스가 제작됐으며, 천장엔 환기 구멍이 뚫려져있다. 나름대로 쿠션 등을 구비해 아늑하게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콜라박스 바깥 후면으로는 전선이 빠져나와 내부 기기들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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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박스 가격은 올해 말까지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 1인실 825만원, 4인실 1천250만원이다. 부가세와 설치비는 별도다. 이벤트 기간 동안 총 100대에 한정해 할인가를 적용한다. 이번 한 번 계약에 1년치 리모트미팅 라이선스가 포함됐다.
콜라박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화상회의 전용 공간을 뚝딱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개별 기업들에서 콜라박스 적용을 검토할 수 있지만, 기자 개인적으로는 공유오피스에서도 새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공유오피스들 중에는 컨퍼런스 콜을 위한 ‘폰부스’를 따로 둔 곳들이 있다. 이 공간에 대신 콜라박스를 설치한다면 순식간에 폰부스를 화상회의 전용공간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모트미팅 국내 이용자 유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