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3대 당면 과제...상속·사법·지배구조

"선행 과제부터 해결, 승진은 추후 진행"…추모 속 '100년 삼성' 준비

디지털경제입력 :2020/11/03 16:41    수정: 2020/11/04 09:34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부친을 능가하다)'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 부친 어깨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다."(28일 이건희 회장 추도사中)

부친을 떠나보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삼성호(號)'의 방향 키를 잡게 됐다.

삼성은 지난 2일 차분히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보냈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6년여간 실질적으로 경영에 나서왔다. 이건희 회장이 떠나면서 사법 리스크에 더해 상속과 승계 문제까지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분주할 전망이다. 지난주에는  부친의 장례를 치르고 하루 만에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0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창립기념식을 통해 '초일류 100년 기업'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강조한 바 있다. 부친의 공백 속에 삼성의 반세기를 그려나가야 할 어깨가 무겁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 상속세만 10兆 이상…지배구조 판 어떻게 짤까

우선 삼성은 내년 4월 전까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보통주 4.18%와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6%, 삼성SDS 0.01% 등이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액은 18조2천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막대한 상속세다. 상속세 법령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을 시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세율에 적용되는 할증률 20%가 붙는다. 즉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에 붙는 세율은 20% 할증이 붙은 평가액(120%)의 50%인 60% 수준이다.

이에 총 상속세 규모는 10조9천억원으로 자진 신고로 인한 3% 공제를 받아도 10조6천억원에 달한다. 주식 외 나머지 재산에 대한 세금은 별도다. 실제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사실상 일괄 납부가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연부연납을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부연납은 납부세액 일부 요건 충족 시 조세 일부를 법정신고기한을 경과해 납부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이다. 연부연납 기간인 5년 동안 분납하게 된다. 연 이자 1.8%를 적용해 신고 때 6분의 1을 내고 나머지를 5년간 나눠 내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연간 납부해야 하는 금액만 1조8천억원에 달한다. 삼성 총수 일가의 배당 소득은 수천억원에 이르지만, 연간 상속세에는 한참 못 미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총수 일가의 지난해 배당 소득은 7천246억원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정책 강화, 연말 특별배당 등이 동원되더라도 부족한 수준이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재원 마련의 방법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 매각 방법도 거론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 지배구조 체제 변화는 크게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현 지배구조 체제에서는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 상속 등의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 대부분 삼성전자 보유 지분 상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 매각하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 분리 수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은경완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상속 외 삼성물산 증여, 공익법인 출연 등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편법 상속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생명법도 맞물려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을 시가로 평가하고, 총자산의 3%를 제외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매입하면 재원 마련이 필요하고, 삼성물산이 지주사 전환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도 거론된다. 이 외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시나리오도 있다.

■ '국정농단·경영권 승계' 사법 리스크 걸림돌

현재진행형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큰 걸림돌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뇌물 혐의로 시작된 재판은 4년이 되도록 아직 진행 중이다.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 영향으로 9개월 만에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고, 이달 중 5·6차 공판을 진행, 12월 중에 결심 공판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적어도 국정농단 사건 판결 전후로는 회장 승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재판은 유죄는 사실상 확정, 양형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횡령이 인정되면 등기이사로 활동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없이 직급만을 올릴 수는 있지만 기업 내부적으로도 윤리·준법 경영 내규를 강화해 온 만큼 고민할 거리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개 재판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승진 시)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재판은 지난달 시작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최소 수년 걸릴 전망이다. 

삼성 창립 51주년 기념식.(사진=삼성)

■ '회장' 승진은 언제?

올 연말 정기 인사도 재판 이슈와 함께 이 부회장의 승진 건이 맞물리면서 올해는 시기와 변화 폭 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삼성 그룹 전반을 이끌 총수(회장)이 있어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상속 등 주요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8년 이 부회장을 대기업집단에 대한 동일인, 즉 총수로 지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직급은 부회장이지만 공정위 지정과 더불어 이미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장 승진에 시급성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며 "대내외적으로도 삼성 리더의 이미지는 확립돼 있다는 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잡한 상황이 겹치면서 연말 인사 전망이 다소 불투명한 분위기"라며 "대내외적으로 존재감과 안정감을 위해 어느 정도 승진을 서두를 수 있지만, 회장 타이틀은 상징적인 것으로 급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내실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100년 삼성' 준비 지속…"미래만을 봤던 고인, 아들도 따라갈 것"

홀로서기에 나서는 이 부회장 앞에 일부 난관이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미래 준비에는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인공지능(AI), 5G, 전장, 바이오 등을 미래성장 사업을 주축으로 생존 동력을 찾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유럽과 베트남을 찾아 주요 사업들을 점검하는 등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 출장을 발 빠르게 시작했다. 굵직한 인수합병(M&A)도 예상되고 있다. 삼성의 대규모 M&A는 전장 기업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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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회장의 한 지인은 "이건희 회장은 과거를 보지 않고 미래를 멀리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과거만 바라보다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아들도 이 같은 길을 따를 것"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분간 고인에 대한 추모는 이어지겠지만 IT산업은 멈춰주지 않는다"며 "이재용 부회장도 고인의 뜻처럼 빠르게 미래지향적으로 삼성의 미래를 챙겨 갈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