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목숨줄' 은행에 달렸다

특금법 시행령 실명계좌 발급 조건에 '은행의 AML위험 분석' 포함

컴퓨팅입력 :2020/11/02 14:25    수정: 2020/11/03 10:16

내년 3월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 중 '법정화폐 교환 기능'을 제공하는 곳은 반드시 '실명확인계좌'를 보유해야 영업이 가능해진다. 실명계좌는 '은행이 자금세탁방지(AML) 위험을 분석해 이상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발급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의 존폐여부를 결정할 실명계좌 발급이 은행의 평가에 달리게 된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2일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수리 요건을 구체화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내년 3월 25일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특금법이 시행된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법정화폐와 가상자산 간 교환 기능을 제공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신고 요건으로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보유하도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을 당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사진=빗썸)

이들 사업자가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요건으로 ▲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할 것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의 거래내역을 분리 보관할 것 ▲금융회사 등은 AML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할 것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행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4가지 실명계좌 발급 요건과 달리, '금융회사의 AML 위험 평가'는 은행의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될 여지가 있다. 

은행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지급을 보수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확인계좌 사용을 의무화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은행들은 추가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실명계좌를 보유한 업체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대형 4개 거래소뿐이다. 

앞서 업계는 "그동안 은행권이 실명계좌 제공에 소극적이었다"며 "발급조건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은행이 마음대로 거래소 영업 여부를 판단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 밖에도 시행령 개정안에는 FIU에 신고 대상을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로 한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의 예시로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를 명시했다. 단순히 개인 간(P2P) 거래플랫폼이나 지갑서비스 플랫폼만 제공하거나, 하드웨어지갑을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했다.

이중 법정화폐 교환 기능이 없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입출금 계정 발급 요건만 면제되고, 신고 의무는 동일하게 부과된다. 이에 따라 자금세탁방지의무, ISMS 획득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또 가상자산 사업자가 암호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운 다크코인(프라이버시 코인)은 취급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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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의 입법예고는 다음달 14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