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와 IPTV 사이 규제의 비대칭성이 오늘날 케이블TV 매각으로 이어졌다. OTT와 IPTV를 비교하면 10년 뒤 결과가 자명하다.”
국내 유료방송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제정된 낡은 규제가 유료방송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방송학회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뉴딜 시대, 유료방송시장 발전을 위한 규제개선 및 진흥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영주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케이블TV와 IPTV는 과거 유료방송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던 과거의 규제를 현재까지도 받고 있다”며 “정부는 국내 방송 생태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환경도 고려해 규제의 타당성을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로 ▲재허가·재승인 규제 ▲인수합병 심사제도 ▲편성 규제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가 3~5년 단위로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다 보니 예측 가능성이 저하되고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지속되고 있다”며 “재허가·재승인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유료방송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 간 M&A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부처를 각각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연성이 떨어지는 만큼 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편성에서도 공익·공공채널의 의무전송 채널을 최소화하는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환 교수는 “일반적으로 규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도입돼야 하는데, IPTV 도입 이후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규제가 많이 도입됐다”며 “규제가 중첩되더라도 국내 사업자 간 경쟁 시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해외 OTT가 들오면서 국내 유료방송의 경쟁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문제가 이어질 경우 국내 미디어 산업이 존폐를 고민하는 시점이 다가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과거 케이블TV와 IPTV 간 불균형한 규제가 오늘날 케이블TV의 매각 움직임으로 나타났듯이, 유료방송과 OTT 사이 불균형한 규제가 유료방송 산업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환 교수는 “현재 케이블TV가 겪는 어려움을 빠르면 5년 뒤 지상파가 겪을 수 있고, 이 문제는 IPTV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IPTV가 무너지면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무너지고, 국내 시장이 해외 미디어 사업자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 윤영찬 의원 "유료방송 미환급 금액 80억원 이상”2020.10.02
-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요금 규제' 없앤다2020.08.31
- ‘위성방송 공공성 강화’ 법안 나온다…유료방송 M&A 변수되나2020.07.20
- 유료방송·콘텐츠 업계, 한목소리 낸다…‘미디어산업 포럼’ 발족2020.07.02
국내 유료방송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가 미디어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이영주 교수는 “국내 미디어 관련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자는 주장보다 정책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적정한 요금과 서비스 퀄리티를 높여 소비자 만족을 높이고 국내 유료방송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