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대 3분기 매출액 신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받아낸 성적표인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29일 3분기 매출액 66조9천642억원과 영업이익 12조3천5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와 58.8%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역대 3분기 최대치다. 영업이익률도 18.4%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체의 85.2%(196조2천205억원)를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확진자 수의 지속적인 증가와 락다운(이동제한) 재개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온 가운데 3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 부품·세트 전반이 호조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 수요 회복세 속에 상반기 코로나19 상황으로 미뤄졌던 소비가 하반기 폭발하며 펜트업 수요가 급증했다. 모바일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이는 서버 수요 감소에 따른 반도체 우려를 상쇄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수혜도 있었다. 위생가전과 함께 집안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홈코노미' 효과로 TV도 선방했다.
여기에는 많이 팔면서도 비용은 줄이기 위한 회사의 발 빠르고 촘촘한 노력들이 숨어있다.
▲늘어난 수요에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적기 대응 ▲국내외 법인 비용 절감 ▲효율적인 마케팅 집행(비용 효율화·온라인 강화) ▲기술 차별화를 통한 고부가 제품 확대 ▲제품 원가 절감 ▲락다운 상황 속 유통 채널과의 긴밀한 협업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삼성은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하는 데 반영됐다"며 "글로벌 공급망 적기 대응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저가) 모델 중심으로 제조자개발생산(ODM) 등을 시장 환경과 소비자 니즈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가전과 TV는 유통 채널과 긴밀한 협업을 확대, 지속적으로 비대면 판매 인프라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부품은 지나친 공급 과잉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비투자를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 초부터 예산을 축소하는 등 일찍이 위기 극복 대책을 세워왔다.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필요한 곳에 투입하는 경영 선순환을 꾀하기 위한 조치였다. 각 사업 부문장도 직원들에 이 같은 메시지를 당부해 왔다. 비상경영 체제가 점차 자리 잡히면서 수익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IT·모바일(IM) 부문은 플래그십 출시,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유통·가격 대응을 통한 보급형 제품 판매 호조, 마케팅 효율화 영향으로 영업이익 4조4천500억원을 달성했다. 판매량이 전기 대비 무려 50% 늘었다. ▲가전·TV 소비자가전(CE) 부문은 펜트업·교체 수요에 글로벌 공급 적기 대응, 프리미엄 판매 비중 확대로 전년 동기와 전기 대비 크게 개선된 1조5천600억원을 기록했다.
부품 사업도 선방했다. ▲반도체 DS부문은 모바일·PC 부품 수요 적극 대응, 고부가 제품 확대, 기술 공정 초격차 기반 원가 경쟁력 제고로 5조5천400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서버 우려를 꺾었다. ▲디스플레이 DP 부문은 모바일용 고부가 중소형 디스플레이와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 확대로 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에 반사이익을 안겨줬다. 화웨이가 제재 이전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물량을 긴급 요청하면서 수요가 늘었다. 또 중화권 소비 심리 회복과 맞물려 화웨이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중국 제조사들의 요청 물량도 늘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최대 경쟁자였던 화웨이가 주춤하면서 점유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로 미국 제재 장기화 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거래 허가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3분기와 비교해서는 우려가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워져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 등은) 4분기 전통적인 성수기인데, 일부 국가 락다운이 재개되고 있고 경제 위축 장기화로 성수기에 수요를 확보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원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그간의 노력들을 지속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시장 전망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장기 수요 대응 준비와 함께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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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을 떠나보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6년여간 부친의 공백 속에서도 충분한 경영 자질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존재감은 더욱 드러날 전망이다. 반도체부터 인공지능(AI), 전장 등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투자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 와병으로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이건희 회장 생전에 크게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회장' 타이틀은 아직 달지 않았더라도 승진은 사실 상징적이기 때문에, 당장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글로벌 현장 경영과 투자 등 미래 준비와 안정적인 삼성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분주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