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공략 속도 높이는 ‘위메프오’…"흩어져야 산다"

작은 조직으로 빠른 의사 결정, 전문적 경쟁력 강화

중기/벤처입력 :2020/10/28 13:20    수정: 2020/10/28 16:15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모빌리티, 쿠팡페이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는 IT기업이라는 점과 모기업에서 분사해 독자 생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 같은 추세를 따른 곳이 또 나왔다. 배달앱 ‘위메프오’가 그 주인공이다. 위메프에 따르면 배달·픽업 서비스 ‘위메프오’가 분사돼 다음달 1일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다.

위메프오

위메프오는 분사 발표와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인 배달 플랫폼 시장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고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다.

10년 넘는 업력을 쌓은 위메프는 연간 거래액 6.4조원, 임직원 수가 1천700명이 넘는 큰 조직이 됐다. 커진 회사 규모만큼 새로 도전하는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는 스타트업 특유의 속도와 유연함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주요 IT기업들이 분사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가 그 선례를 잘 보여준다. 신사업을 발굴해 잘 될 가능성이 큰 모델은 독립 기업으로 분리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IT기업 조직 중에서도 특히나 ‘혁신’을 바탕으로 한 신사업은 트렌드에 대처할 수 있는 과감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인, 스노우,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웹툰 등 이른바 요즘 주목 받는 IT기업 중 상당수가 네이버에서 분사된 이후 더욱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급성장세를 타고 영역을 확장 중인 쇼핑 부문의 분사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 사옥.

위메프오도 이제 슬림화된 조직으로 재탄생하면서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 출시 약 1년 반 만에 거래액이 30배 이상 성장하고 입점 업체 수도 매월 평균 두 자릿수 신장을 이어가는 만큼, 기민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또 배달앱 시장에서 이미 덩치가 커진 기존 플레이어들과 비교해 민첩함이 무기가 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고객, 파트너사 최접점에 있는 플랫폼인 만큼 그들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의 자회사들은 분사 이후 대규모 외부 투자를 받았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분사 직후 5천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하고, 택시 회사들과 거침없는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서비스 3년 만에 택시 호출 시장 8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용자 수는 2천600만명에 달한다. 매출 규모도 2017년 167억원에서 지난해 1천48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

배달앱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외형 확장은 필수적이다. 지난 23일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의 9월 한 달간 이용자 수(MAU)는 1위 배달의민족(1천318만명), 2위 요기요(661만명), 3위 쿠팡이츠(150만명), 4위 위메프오(50만명), 5위 배달통(27만명) 순이다.

3위 자리를 지키던 배달통이 5위로 밀려나고 뉴 플레이어인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치고 올라왔다. 위메프오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독립, 분사를 통해 투자여력을 키운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위메프오는 높은 고객 포인트 적립 혜택, 0% 착한 수수료 정책 등으로 배달앱을 이용하는 고객과 자영업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공략해 왔다.

위메프오 관계자는 “위메프오만의 색깔로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스탠스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이번 분사로 본진과 떨어져 사업 전문성 강화에만 집중, 핵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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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핀테크 부문을 분사해 ‘쿠팡페이’를 출범시킨 쿠팡도 이와 같은 전략이다. 쿠팡은 본업인 온라인 쇼핑몰에, 쿠팡페이는 핀테크 및 결제 사업에 집중한다. 선발주자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자본확충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속도가 중요한 IT산업에서는 기업을 작은 조직으로 쪼개고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기민함이 성장 동력”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더욱 촘촘하고 전문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해진 IT기업들의 스핀오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