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그룹 지배구조 핵심 변수로 부상

故 이건희 회장 '생명' 지분 20.76%와 '삼성생명법'이 최대 변수

금융입력 :2020/10/27 17:01    수정: 2020/10/28 10:15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하자 삼성생명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정확히는 고인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 20.76%가 어떻게 상속될 지가 관심사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명실공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삼성생명 지분 처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어디로?

금융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보통주 4.18%와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6%, 삼성SDS 0.01% 등이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액은 18조2천억원에 달한다.

그 중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그룹의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삼성그룹은 크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최대주주(지분율 17.48%)로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까지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계열사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는 삼성화재 등 금융회사가 수직계열화 돼 있다.

따라서 중간지주사이자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지분율 8.51%) 없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전반에 직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7%며, 이건희 회장의 지분 4.18%를 모두 상속받고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0.91%)의 지분까지 합친다고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5.79%에 그친다.

삼성생명, 배당 늘려 상속 도울까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배당을 늘려 이재용 부회장을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18조원 규모의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배당금으로 재원 마련을 도울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어 상속세 최고세율(50%)을 적용받는 데다, 이 회장이 각 계열사 최대주주 또는 특수 관계인이라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배당성향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올 2월 2019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2년간(2021년까지) 경상이익 대비 배당 성향을 40~50%로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 경상이익에 대한 배당성향만을 언급한 만큼 이를 더 높일 유인은 충분하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있었던 만큼, 상속세를 줄이기보다 제대로 내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전자 등을 시장에 매각하지 않고 배당 성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17.3% 보유한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최소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배당 증액 가능성을 점쳤다.

'삼성생명법'은 변수, 장기적 플랜 세워야

다만 정치권이 삼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생명엔 과제다.

법안 개정 시 삼성생명이 약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만큼 그룹 지배구조에 타격이 올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과 주식 보유한도를 산정할 때 그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에서 보험사가 계열사 채권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데, 이를 취득원가로 계산해 각종 리스크에 직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국회는 국정감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법안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조만간 법제처에 '보험업감독규정 별표11'(취득 원가로 계열사 투자한도 계산)에 대한 법령해석을 의뢰하겠다며 입법 절차에 착수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보통주 약 5억815만주) 중 상당량을 내다 팔아야 한다.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취득한 주식이라 원가는 5천400억원에 불과하나, 시가로 치면 29조원(회사 총자산의 약 9%)에 육박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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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분 매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분이 줄어든다는 것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던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 또한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라 아직까진 삼성전자 주식 처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국회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