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다 정쟁에 갇힌 과방위 ICT 국정감사

빈총국감 비판에 여야 합의도 수시로 파기

방송/통신입력 :2020/10/25 10:17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논란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등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모습도 보였지만, 정부의 정책 감시는 비교적 소홀했다는 평가다.

옵티머스 금융사기와 월성 1호기와 관련된 탈원전 정책을 두고 여야의 팽팽한 대립도 예상됐지만 같은 내용의 질의만 반복되면서 단순 공방에 그쳤다. 오히려 여야 간의 신경전은 감사 출석 증인과 참고인, 감사위원 발언 시간 등을 두고 벌어지면서, 정책 국정감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회 안팎에서는 과방위 의원들이 소관 부처의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낮은 점이 이번 국감의 특징으로 꼽고 있다. 감사 진행 도중 의원들 사이에서 ‘빈총 국감’이란 발언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여야 간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소리는 요란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정책보다 정쟁에 머무른 과방위


우선 과방위 국감의 최대 이슈가 됐던 구글 인앱결제 문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국감을 앞두고 구글이 자사 결제수단 강제 적용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가적인 대응이 주문됐지만 과방위에서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반대로 인앱결제 대응마저 정당 간 쟁점으로 변질됐다.

구글은 최초 출석 요청을 받은 대표이사 증인이 미국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종합감사 일정에 맞춰 구글코리아 임재현 전무를 새로운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넷플릭스와 달리 구글 본사에서 회사의 입장을 대신한다는 위임도 받지 않았다.

임재현 전무 증인이 과방위 출석에 앞서 정무위원회에서 똑같은 내용의 질의 답변을 주고받은 터라, 과방위 의원들의 질의는 눈에 띄는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국감 증인이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국내 소비자와 개발사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가 합의한 인앱결제 방지법 상임위 통과도 국민의힘 측이 입장을 바꾸면서 물거품이 됐다. 감사 마지막 날 전체회의를 열어 전기통신사업법 병합 논의를 진행키로 했지만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도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야당이 법안 처리 무산을 두고 증인 채택에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국가적인 대응을 주문했던 질의와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우려를 표했던 관련 업계를 당황케 했다.

인앱결제 방지법 합의마저 무시하게 한 이유인 포털 증인 문제는 이번 국감에서 과방위의 협치가 가장 부족한 점으로 꼽힌다.

국감 직전 공정거래위원회의 포털 사업자 네이버 제재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쇼핑 검색 알고리즘 편향성이 검색 편향, 뉴스편집 편향도 의심된다면서 포털 창업자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관련 이슈 때문이라면 편집 알고리즘 관련 실무자의 출석을 요청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이견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창업자와 실무자 출석 요청을 두고 협의를 이루지 못했고, 추가 증인 선정을 위해 합의했던 일정도 지키지 못했다. 과방위 여야가 대립만 일삼은 가운데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이사는 정무위의 출석 요청만 따르게 됐다. 정쟁에 갇힌 주무 상임위가 스스로 관련 이슈를 ‘패싱’한 셈이다.

■ 상임위 밖에서 불거진 이슈에 집중

5G 통신 상용화 1년, 단말기 유통법 시행 6년 등 ICT 분야에서 특히 통신 산업과 서비스에 현안이 산적했지만 핵심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신 요금이나 5G 서비스 품질을 두고 국감에서 나온 질의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미 문제점으로 꼽히고 관련된 정책적 대응 방안이 추진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탓에 행정부의 정책을 감시한다는 국감의 기능 본질에는 부족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동통신 3사 임원에도 송곳 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기약 없는 요금제 선택폭 확대 등의 뻔한 답변만 들었다.

28GHz 초고주파 대역에 대한 투자를 두고 질의가 집중되기도 했지만 최초 주파수 경매 당시 부과된 장비 의무구축 할당조건을 고려하면 주요 화두가 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OTT 대응 정책을 비롯한 미디어 관련 이슈도 정부 정책 감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KBS 수신료를 두고 여야는 찬반 입장만 바뀌었고 본질적인 공영방송 정책에 대한 논의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과방위가 국감에서 주로 다룰 것이라고 예상했던 현안과 달리 상임위 바깥에서 불거진 이슈에 대해서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김상희 부의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점이 꼽힌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과방위의 소관 행정부처에 속해 있지만 결의안에 이루는 과정은 국감 시작부터 논의가 오간 것보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현지 소식에 반응한 측면으로 풀이된다.

옵티머스 펀드와 월성 1호기 등도 과방위 차원에서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이슈다. 하지만 국감 기간 중 상임위 밖에서 불거진 이슈가 과방위 국감을 사실상 장악했다.

예컨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맞물리는 옵티머스 펀드 문제는 라임 관련 핵심 인물의 폭로성 발언으로 국회 전 상임위가 관련 이슈에 휩싸이게 됐다.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기관의 기금 투자 문제가 있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 당일 논의를 대부분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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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월성 1호기도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발표로 이슈의 무게가 커지면서 과방위 소관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불똥이 튀었다.

한편, 과방위 국감 마지막도 볼썽 사납게 끝났다. 과방위원장과 야당 간사 간에 추가 발언 시간을 두고 쌓인 감정이 욕설로 번졌다. 몸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모두 국민에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