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 '여섯 자의 소년'

김보현 작가 "영화 ‘이터널 선샤인’서 영감”

인터넷입력 :2020/10/25 09:48    수정: 2020/10/25 10:58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서른다섯 번째 인터뷰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주인공이 생을 마감하기 위해 떠난 시간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여섯 자의 소년'의 김보현 작가다. 삶을 정리하기 위해 떠나온 과거에서 알 수 없는 남자와 알지 못했던 친구의 비밀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주인공 '다루', 앞으로 그곳에서 세 사람의 행방은 어떻게 마무리될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여섯 자의 소년']

김보현 작가가 전한 인터뷰 관련 이미지

다음은 김보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여섯 자의 소년’의 '여섯 자'는 '죽으면 모두 여섯 자의 몸'이라는 속담에서 차용한 제목입니다. 주인공이자 고등학생인 소년 '다루'가 안락사를 결심하며 시작하는 이야기로, 다루가 마지막에 안락사를 선택할지 말지의 여부를 떠나서도, 관의 형태와 비슷한 안락사 기계 속에 누워있는 다루의 모습을 생각하며 여섯 자의 소년이라 정했습니다.

작품은 자살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이를 선택하는 것이 온전히 '나'의 자의적 선택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만약 '나'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다면, '나'에게 좋은 가족이나 친구 등이 있었다면, '나'를 괴롭히는 모든 요소가 없었다 해도 자살을 선택할 것인지 등. 그래서 다루의 대사 중 '저는 타살로 죽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저는 제 선택으로 죽습니다'라는 대사를 썼던 것이고요.

또 자살이라는 죽음의 형태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위의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자살 외의 다른 죽음(사고, 타살 등)의 형태와 방식에 대해, 또 그것을 남아있는 (생존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발전합니다.

Q.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여섯 자의 소년으로 웹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김보현입니다. 특별한 계기나 배경이라기보다는 그나마의 특기를 활용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필요했던 때에 그 교집합으로 확실한 결과 도출이 가능한 웹툰을 선택했습니다.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여섯 자의 소년의 경우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몇몇 장면은 이를 오마쥬하기도 했고요. 이터널 선샤인은 최소 스무 번 넘게 본 것 같습니다. 작품의 기술적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기억을 지운다면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토리와 화면 연출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말도 안 되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드라마 '굿 플레이스'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이 역시 당대 철학적 질문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있지만, 이를 어떻게 사건으로 만들고, 설득력이 있으며,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가는 작가의 역량으로 인해 좌우된다 생각합니다. 두 작품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작품이라 생각하고요. 또한 최근에 재미있게 본 다른 작품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사이코지만 괜찮아', 영화 '윤희에게'와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입니다.

레진 웹툰 ‘여섯자의 소년'(작가 김보현),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품의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연재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다른 것보다 '갑작스럽게 아플 때'였습니다. 손이 느린 편은 아니기도 하고, 작업 프로세스를 최대한 맞추며 평소에는 주 5-6일 내에 한 주간의 분량을 마무리하는 루틴을 유지했지만, 계획에도 없이 갑작스레 아플 때에는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요.

매월 연재 회차 기준으로 월 정산 MG(미니멈 개런티)가 정해지는데 하루이틀 아파서 휴재를 하는 순간 꽤나 타격이 큽니다. 극복은 하지 못해 연재 중 몇 번의 휴재를 했습니다.

Q. 작가가 꼽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후반부의 내용은 차치하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앞서 얘기한 다루가 '저는 타살로 죽고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저는 제 선택으로 죽습니다‘라는 대사를 할 때의 장면입니다.

본 대사는 다루가 안락사 기계에 들어가기 전, 안락사 센터 내에서 유서를 촬영할 때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이리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안락사 기계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재구성해가지만 '너는 이래도 죽을 거야?' 라는 질문에 당면합니다. 다루가 쉽지 않은 결심을 했지만 그 결심이 흔들리는 일련의 과정들을 암시하는 대사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작품 속 가장 핵심 대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외전을 작업한다면 작중 캐릭터 '이탄'과 '제희'에 대한 스토리를 사실 좀 더 풀어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 '다루'의 과거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중심이다 보니, 다른 두 인물에 대해 -특히 이탄- 입체감이 덜 만들어진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 속의 배경이 다루의 머릿속이라 그 두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것을 다루에게 계속 강조해야 했고, 또 그것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외전으로 세 사람의 실제 모습 등을 풀어내는 것도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레진 웹툰 ‘여섯자의 소년'(작가 김보현),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섯 자의 소년이 (BL)장르물이라기에는 주독자층에게 흥미를 끌기 어려운 작품이고,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에게 다가기에는 BL 장르가 어떤 허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그 교집합에 있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설령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 않더라도, 그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여섯 자의 소년 완결 후 3개월 정도 휴식을 취하고 바로 차기작 작업에 돌입은 했었는데, '먹고사니즘'에 빠지니 계속 일정이 밀리고 있네요. 준비 중인 차기작은 ‘돈까스 오마쥬’라는 BL 웹툰으로, 현재 시나리오는 완성됐고 콘티와 배경 작업 중에 있습니다.

돈까스 오마쥬의 주인공 '모랑'과 '민영'에게는 입양한 딸 '서호'가 있습니다. 모랑과 민영은 이혼한 상태로, 일러스트레이터인 모랑이 소아과 의사인 민영에 비해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서호의 양육을 담당합니다. 딸인 서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섭도록 놀라운 그림 재능을 발휘하게 되고, 모랑은 이를 보며 당황합니다. 또한 의사인데다 건물주인 민영에 비해 모랑은 가진 것도 없고, 불투명한 미래에 초라한 마음만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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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주제는 '사랑은 열등감을 이길 수 있는가'입니다. 여섯 자의 소년보다는 가벼운 무드로 작업해보려 합니다.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살가운 작품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고 또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