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침체됐던 세트(완제품)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5G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확산과 인공지능 기술 확대가 반도체 수요를 크게 불어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대비 4.24% 성장한 858억5천300만달러(약 97조3천144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경제활동의 증가가 서버,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의 대외 불확실성이 파운드리 고객의 재고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트렌드포스 측은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대확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지만, 이러한 위험요인이 오히려 파운드리 고객의 부품재고 수준을 높게 유지하도록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8인치 웨이퍼 시장의 지속적인 공급부족 현상으로 인해 파운드리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 12인치 선단공정은 '삼성전자 대 TSMC' 2강 체재 강화
시장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의 이같은 성장전망과 관련해 내년에도 12인치 선단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 간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TSMC는 최근 초미세 5나노미터 공정에서 반도체 칩셋 양산을 시작하고, 고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TSMC의 경우, 지난 16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캐펙스(시설투자) 규모를 기존 150억달러에서 170억달러로 상향하겠다고 발표, 대규모 시설투자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나아가 5나노미터 공정의 매출 비중도 올해 8%에서 내년에는 20%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시장 2위)가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5G 모뎀 통합)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한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5G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5G 스마트폰의 반도체 탑재량은 4G 스마트폰 대비 두 배 가량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5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원칩 솔루션(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통신모뎀 통합)을 적용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퀄컴 스냅드래곤 875'와 '엑시노스 2100(가칭)'의 양산을 시작했다. 또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엑시노스 공급을 위한 영업활동 역시 강화하고 있다.
김양재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화웨이 추가제재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으로 오포, 비보, 샤오미의 약진이 전망된다"며 "오포, 비보, 샤오미는 그간 퀄컴과 미디어텍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주로 사용해왔지만, 샤오미를 시작으로 원가 경쟁력이 높은 엑시노스 채택이 확산되는 추세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S21의 한국·유럽 모델에 엑시노스를 적용,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 치열한 접전 예고되는 8인치 시장, 변수는 'SMIC'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파운드리 시장은 내년에도 지속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제재(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로 타격을 입은 중국의 SMIC가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는 갈수록 심화되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SMIC의 주요 고객사들이 대만(UMC, 뱅가드, PSMC)과 한국의 파운드리 업체(DB하이텍)로 주문물량을 늘리고 있는 탓이다.
시장에서는 SMIC 제재효과로 특히 DB하이텍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B하이텍과 SMIC의 제품 포트폴리오(전력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회로, 이미지센서)가 유사하고, 대만 파운드리 업계의 공장 가동률이 최대치에 도달해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이 중국 팹리스 고객들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필요한 캐파를 미리 예약하라고 통하는 등 시장의 수요 대비 파운드리 캐파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대만의 주요 파운드리 팹 가동률은 1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 올해 4분기부터 SMIC에서 담당하던 일부 주문이 대만 업체로 옮겨와 캐파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UMC(시장 4위)는 지난 22일 미국 법무부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된 합의안을 제출해 눈길을 끈다.
UMC는 전날 대만 증권증권거래소에 "미국 법무부와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협의 중으로 6천만달러(약 680억원) 지분을 비롯한 합의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UMC는 지난 2018년 중국 반도체 업체인 푸젠진화(JHICC)가 미국 마이크론으로부터 불법적으로 D램 기출을 탈취하는 데 기여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기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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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는 UMC의 행보를 8인치 웨이퍼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SMIC처럼 대외 리스크로 인한 손실을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8인치 시장은 삼성전자와 TSMC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두고 있는 분야로, UMC가 경쟁력(7개의 8인치 팹 보유)을 갖추고 있다"며 "SMIC 제재로 인한 신규 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UMC도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