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803억 과세 법적근거 있나?...국감서 논쟁 재점화

박형수 의원 "조세 법률주의 위배" 비판

컴퓨팅입력 :2020/10/13 16:58    수정: 2020/10/13 16:58

국세청이 지난해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외국인 이용자의 소득세 원천징수'로 803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부과한 것을 놓고, 기획재정부·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적법성 논쟁이 재점화됐다.

이 문제를 꺼내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형수 의원(국민의힘)은 올해 7월 세법 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 내용을 넣은 것 자체가 지난해에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세청이 상위 기관인 기획재정부에 암호화폐 과세 가부를 질의해 놓고, 기재부가 답변하지 않자 마음대로 과세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김대지 국세청장은 "소득세법119조에 비거주자(외국인)가 국내 자산과 관련해 얻은 경제적이익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 조항에 따라 과세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의원 "빗썸 과세 조세 법률주의 위배"

박 의원은 지난 9일과 12일 열린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국감에서 "대법원에서 빗썸에 부과된 803억원 과세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국민 혈세로 물어야 하는 환급가산금만 70억원에 이르고, 만약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에 이처럼 과세했다면 그 기업은 망했을 것"이라 지적하며 빗썸 과세 문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12월 국세청은 빗썸 회원 중 외국인이 취득한 거래 차익이 소득세법 119조 상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빗썸이 원천징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5년 간 외국인이 원화로 출금해 간 금액을 합산해 빗썸에 803억원의 과세를 통보했다.

당시 국세청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과세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나 과세 근거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뤄진 무리한 과세라는 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빗썸 역시 과세 통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올해 초 조세심판을 청구했다.

박 의원이 빗썸 과세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이번 국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펼쳤다.

먼저, 세법 개정을 통해 비거주자의 암호화폐 과세를 명확히 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까지 법적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올해  7월 기재부는 개인과 외국법인에 대한 암호화폐 과세를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내국 법인의 가상자산 소득은 '순자산증가설'에 따라 과세 대상에 포함됐지만, 개인과 외국법인의 가상자산 소득은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상 과세 대상 소득으로 열거되지 않아 비과세로 남아 있었다.

세법 개정안에는 비거주자 국내원천소득을 규정한 '소득세법 119조'에 대한 개정 방안도 담겼다.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로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 것이다.

박 의원은 "세법 개정안에 암호화폐 소득을 넣었다는 것은 그간에는 가상자산을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며 "이 법률이 올해 10월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0월부터 시행되는데 작년 12월에 빗썸에 과세한 것은 조세 법률주의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형수 의원이 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부총리에 빗썸 과세의 적법성에 대해 질의하고 있는 모습.

또, 국세청이 기재부에 암호화폐 과세 가부에 대해 네 번이나 문의했지만 한번도 답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법적근거가 없어 피한 것이라고 봤다.

기재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세청으로부터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암호화폐 거래 금액이 국내 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를 포함해 2018년 총 네 번의 암호화폐 과세 관련 질의를 받았다. 하지만,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기재부 세제실은 조세법령 해석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국세청에서 질의를 하면 답변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네 번이나 국세청에서 암호화폐 과세 가능여부에 대해 질의를 했는데 한번도 답변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청은 기재부의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데 질의해 놓고 답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대로 과세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국세청이 빗썸 과세 근거로 든 소득세법 119조에 대해서도, 암호화폐 소득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근거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의원은 "소득세법 119조에는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해 받은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 또는 이와 유사한 소득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했는데 대통령령에 암호화폐 관련 소득은 없다"며 현행법 상 암호화폐를 비거주자의 기타소득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소득세법 119조에 따랐다"...기재부·국세청, 같은 말 되풀이

박 의원 질의에 홍남기 부총리와 김대지 국세청장은 "소득세법 119조에 따라 과세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홍 부총리는 9일 기재부 국감에서 박 의원의 빗썸 과세 근거가 없지 않느냐고 묻자"소득세법 110조에 보면 국내 자산과 관련해 받은 경제 이익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국세청이 이 조항에 의거해 과세한 것이다"고 답했다.

또 '기재부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국세청이 답변한 것이 적절하느냐'는 질문에도 "소득세법 110조 12호에 의해 판단한 것"이라고 되풀이 했다.

'과세가 가능하다면 세제 개편안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비거주자는 지금 규정에 의해서도 국내 자산과 관련해 받은 경제적 이득이라는 조항으로 과세할 수 있지만 다툼과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세법 개정에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대기 청장은 12일 국세청 국감에서 박의원이 "기재부 답신을 받지 못했는데 왜 과세했느냐고 따져 묻자, "부과제척 기간이 임박한 경우엔 과세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부과제척 기간이 다가 왔으면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빨리해달라고 요청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이날 또  "국외로 소득이 유출되지 않도록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엄격한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정당한 과세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