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美 법무부는 왜 구글 '크롬' 강제매각 추진할까

"자신들은 정보 추적, 경쟁사는 금지" 불공정 행위

데스크 칼럼입력 :2020/10/12 15:29    수정: 2020/10/28 20: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이 ‘인앱결제 의무화’로 국내 인터넷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내년 10월부터 플레이 스토어 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유료 앱에 대해 인앱결제를 적용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유료 앱 거래에 대해 30% 수수료가 적용된다.

그런데 구글이 국내에서만 독점적 관행 때문에 견제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다. 텃밭인 미국에선 구글에 대한 견제가 오히려 더 심하다. 법무부를 비롯한 미국 주요 규제 기관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 최근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 보고서를 통해 구글의 경쟁 방해 행위에 주목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미국 법무부와 각주 검찰이 구글의 위세를 꺾기 위해 디지털 광고사업과 함께 크롬 브라우저를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사진=구글)

크롬은 검색·안드로이드 못지 않게 구글 비즈니스의 중심 

현재 구글의 비즈니스 관행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검색광고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다. 검색과 플랫폼이란 두 부문의 시장지배적 위치를 앞세워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구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폴리티코의 보도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물론 구글이 브라우저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언뜻 보기엔 크롬이 ‘사업 분리’를 고민해야 할 대상처럼 보이진 않는다. 모바일 플랫폼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브라우저가 예전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에게 크롬은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니다.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핵심 툴이다. 구글은 크롬 덕분에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의 ‘정보 수집 활동’은 금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서드파티 쿠키 금지 조치’다. 구글은 지난 1월 향후 2년 내에 ‘서드파티 쿠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구글이 금지 사유로 내건 것이 ‘소비자들의 사생활 보호’였다.

물론 애플 사파리나 모질라 파이어폭스 같은 브라우저도 서드파티 쿠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서드파티 쿠키 금지'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구글 크롬은 경쟁사 브라우저와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크롬은 시장 지배적 위치를 자랑한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구글 크롬은 미국 데스크톱PC 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점유율도 37%에 이른다. 많은 기업들이 크롬에 의존해 광고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금지할 경우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구글은 서드파티 쿠키를 없앨 경우 언론사들의 광고 매출이 62%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쿠키’ 자체를 금지하는 게 바른 조치일 수도 있다. 문제는 구글의 이중적인 행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서드파티 쿠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해놓곤 정작 자신들은 크롬을 통해 이용자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있다. 

구글의 이런 경쟁방해 행위는 지난 6월 제기된 집단 소송을 통해 낱낱이 알려졌다. 당시 소송 제기자들이 내놓은 증거 자료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들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구글은 크롬의 ‘시크릿모드’ 때도 개인정보를 추적해 왔다. 그 동안 구글은 시크릿 모드로 설정할 경우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지 않는다고 공언해 왔다. 

그 뿐 아니다. 애널리틱스, 애드 매니저 등 구글의 각종 응용 프로그램들도 이용자 정보 추적에 동원됐다. 이 도구들은 크롬을 이용해 웹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이용자들의 각종 행태를 추적,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은 크롬을 시크릿모드로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를 추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소송 제기자들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어떤 설정을 해놓더라도” 크롬의 개인정보 추적 기능이 작동한했다.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글의 비즈니스, 시장에선 더 무서운 존재 

구글은 플랫폼이나 다름 없는 브라우저 시장의 이런 불공정 관행을 통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과시해 왔다.

미국 하원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이런 점을 잘 지적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원은 “구글은 다른 디지털 광고 회사들이 필요로하는 서드파티 쿠키를 추방하는 반면, 자신들은 생태계 전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여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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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란 단일 플랫폼에서 폐쇄적 독점관행을 유지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데스크톱PC부터 모바일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이 ‘서드파티 쿠키’를 금지하고 있는 애플이나 모질라재단은 놔두고 유독 구글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건 시장 점유율 뿐 아니라 이런 유기적인 독점 관행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국내 규제 당국도 애플이 아닌 구글의 인앱결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