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 인공지능 반도체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AI(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의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AI 반도체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20개의 혁신기업과 3천여 명의 고급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3~4%의 점유율을 기록해 메모리 반도체(약 70%) 대비 경쟁력이 뒤쳐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은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강국에서 나아가 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판교 시스템 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서 '제13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AI 반도체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이날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과 '연구·개발(R&D) 우수성과 범부처 이어달리기 추진방안' 등의 안건을 의결하고, '공공연구기관 R&D 혁신방안 중 국립연구기관 후속조치'를 새로운 안건으로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AI와 시스템 반도체를 혁신성장 전략투자 분야로 지정하고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2019년 4월) ▲AI 국가전략(2019년 12월) ▲디지털 뉴딜(2020년 7월) 등의 육성 정책을 펼쳐왔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반도체는 향후 AI 시대를 위한 디지털 뉴딜의 핵심 인프라로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민간과 정부가 협력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유력 분야"라며 "정부의 선제적 투자로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커져가는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수립, 대형 R&D 및 인력양성 프로젝트, 디지털 뉴딜과 연계한 초기 수요창출 등 제반 정책과제들을 차질없이 시행해 세계 AI 반도체 선도국가가 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핵심으로 '퍼스트무버형 혁신기술·인재 확보'에 방점
AI 반도체는 AI 구현을 위한 핵심요소(데이터 수집, 전송, 연산 등에 활용)로 4차 산업혁명, 비대면 경제 가속화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AI가 서버·클라우드 인프라를 넘어 모바일·자동차·가전 등의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전·후방 산업의 빅뱅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올해 185억달러에서 2030년에 1천179억달러(약 136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AI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된다. 가트너는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AI 반도체 비중이 올해 8%에서 2030년에 31.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AI 반도체 혁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퍼스트 무버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확보는 물론 이를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간 장벽을 해소하고, 차세대 전문인재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독자적인 AI 기술 역량 확보를 목표로 'AI 반도체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글로벌 서버·모바일·엣지 분야에서 경쟁가능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미세공정 및 장비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신소자 개발 및 혁신 설계 기술을 융합해 초고성능, 초저전력 특성을 갖춘 차세대 AI 반도체를 2029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세계 1위 D램 강국의 저력을 살려 신개념 PIM(Processing In Memory)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PIM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를 연산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기술로, 정부는 국내 대기업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차세대 공정 기반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추진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수요 창출을 위해 공공영역에 'AI 인프라'도 구축한다. 국가 AI 및 데이터댐 인프라에 AI 반도체를 시범적으로 도입·실증하고, 2022년까지 AI 반도체가 탑재된 '고성능 AI 서버'를 자립화한다는 방침이다.
AI 반도체 분야 고급인재 양성을 위한 AI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과 석·박사급 설계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선도대학 육성도 추진된다. 특히, 정부는 실무형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생·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설계 경연 등을 통해 인력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자생적인 AI 반도체의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혁신 성장형 AI 반도체 산업생태계를 구축,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융합얼라이언스를 주축으로 '1사 1칩 신속통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2030년까지 수요 맞춤형 AI 반도체 50개 출시도 독려할 계획이다.
더불어 AI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기업 간 연대·협력으로 AI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 및 공정혁신밸리를 조성하고 AI 반도체 팹리스, 설계자산(IP) 기업, 디자인하우스 등의 설계 기업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글로벌 역량을 갖추도록 연대·협력의 성장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AI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 펀드를 활용한 AI 반도체 성장자금(AI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및 인수·합병 등에 700억원 투자)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AI 반도체 혁신설계센터를 구축(2022년까지 제2판교 내 설계지원센터와 연계해 AI 전용 공간 구축)하고, 규제완화·및 창업·특허지원 등의 혁신기업 집중 육성을 위한 지원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 범부처 이어달리기로 체감 가능한 성과 창출...2030년, 혁신 AI 반도체 기업 20개 육성
정부는 AI 반도체 육성 전략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맺을 수 있도록 'R&D 우수성과 범부처 이어달리기 추진 방안'도 추진한다. AI 반도체 분야의 혁신성과 선도성이 높은 R&D 성과를 주기적으로 발굴하고, 장애요인 해결로 실용화·사업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되는 잠재력이 높은 성과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선정된 성과별로 상용화·사업화의 장애요인을 분석해 후속 R&D, 혁신조달 등 공공수요 연계, 제도개선, 투·융자 지원 등 성과에 따라 필요한 맞춤형 후속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R&D 성과 이어달리기 협의회를 운영해 R&D 외에 규제개선, 법·제조·정책지원 등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올 하반기부터 R&D 우수성과를 선정해 연내 맞춤형 전략을 마련할 예정으로, AI 반도체 관련 우수성과 이어달리기가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AI 반도체 분야 기업 육성을 위한 'AI 반도체 혁신설계센터'도 신규 구축한다. 이는 지난 6월 개소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지원센터의 제2캠퍼스로, 시스템 반도체의 AI화에 대응해 ▲AI 팹리스 전용 지원공간 ▲기술지원그룹 ▲전문교육프로그램 등을 신설해 AI 반도체 역량 제고(2030년 혁신기업 20개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국내 팹리스에 개방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책임지는 창업지원체계도 구축, 민·관 협력 추진체계를 통해 AI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의 차질 없는 이행 및 성과점검을 위해 정부와 산·학·연이 참여하는 'AI 반도체 산업 전략회의'도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공공연구기관 연구·개발 혁신방안 중 국립연구기관 후속조치'와 관련해 16개 국립연구기관의 연구수행 및 성과관리체계 정비에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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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연구기관에 대해 대학·출연연 등과 차별화되는 기관별 연구개발 로드맵을 수립·이행하고,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개방형 연구기획 활성화, 기관의 자체적 연구수행역량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립연구기관의 R&D 추진전략·수행역량·성과창출 등을 종합·분석해 R&D 예산편성 및 평가에 환류하는 체계를 2021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AI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반도체 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이자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핵심성장 엔진"이라며 "지난 20년간 우리 수출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AI 반도체 신격차를 창출해 30년 종합 반도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