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인 '탈(脫)원전'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야당 간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쟁점은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결과 약 7천억원의 매몰 비용이 발생했다는 논란이다.
산업부는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에 앞서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전문가 검토를 충분히 거쳤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수원이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와 기관의 책임 떠넘기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7일 진행된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산업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을 독단으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의원은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결정과 관련해 정부나 전문가와 협의한 적이 없다고 보고했다"며 "이로 인해 한수원이 떠안은 직접적 매몰 비용이 7천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가 사업자인 한수원과 전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원전 건설 백지화를 결정한 것은 전력수급계획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중국 동부연안에 설치되는 60개 원전에 대해선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2018년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17년 2월 정부가 발전사업 허가를 내린 신규 원전이다. 이 사업은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현 정부가 같은해 기본계획에서 사업을 제외함에 따라 한수원이 7천억원의 매몰 비용을 감수하면서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
이날 윤 의원은 신한울 3·4호기 예정부지 인근에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1·2기의 건설이 승인된 점도 지적했다.
산업부는 사전 답변을 통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사업자인 한수원과 (석탄발전 사업자) 삼척블루파워의 의향을 토대로 전문가 논의를 거쳐 공급설비에서 신한울 3‧4호기는 제외하고 삼척화력 1‧2호기는 반영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한수원에 신한울 3‧4호기 백지화와 관련해 산업부와 협의했는지를 문의한 결과 '협의한 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재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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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모든 발전사업자로부터 의향조사서를 받는데 한수원으로부터 정상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발전 사업자들이 현황 조사표를 제출하면 이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걸쳐 계획 반영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여기에 발전 사업자들의 의향서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정부 기관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자체가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됐는지 입증하는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