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력발전소 6기의 가동정지 사고 발생 원인은 태풍이 동반한 염분이 설비에 쌓여 순간 전기가 통할 때 불꽃이 튀는 '섬락(閃絡·flashover)' 현상 때문이었다.
원안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소외전력계통에 문제가 발생한 원전 8기 조사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원전·외부 변전소 사이의 송전선로와 관련 설비에서 발생한 것이란 게 원안위가 내린 결론이다. 소외전원 차단경로와 원인을 명확히 규명키 위해 원안위·산업부 합동으로 한국전력공사 관리영역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3일 부산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인근 고리 원전에 최대풍속 32.2m/s의 강풍이 불었다. 이후 고리1·2·3·4호기와 신고리1·2호기가 시차를 두고 소외전원 공급이 중단됐고,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정상 운전 중이던 고리3·4호기와 신고리1·2호기는 가동을 멈췄다.
또 7일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경북 경주 월성원전 부지에 최대풍속 33.1m/sec의 강풍이 불어 월성2·3호기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됐다. 같은 시각 소외전원은 유지돼 원자로는 60% 출력상태로 가동됐다.
원안위는 "고리1·2·3·4호기와 월성2·3호기는 생산 전력량을 계측하는 계기용변성기에 태풍 시 강풍이 동반한 염분이 흡착돼 순간적으로 전기가 통할 때 불꽃이 튀는 현상(섬락)이 발생, 스위치야드에 있는 차단기가 개방돼 사건이 시작됐다"며 "고리1·2·3·4호기는 소외전원 공급이 차단되면서 비상디젤발전기가 자동으로 기동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리3·4호기는 태풍이 지나간 후인 4일과 5일 태풍으로 인해 흡착된 염분으로 인한 섬락으로 인해 대기보조변압기 전원이 차단돼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됐다"면서 "신고리1·2호기는 강풍으로 인해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765킬로볼트(kV) 송전탑으로 송전하는 점퍼선이 철탑구조물에 가까워지면서 섬락이 발생, 소외전원 공급이 중단돼 원전이 정지되고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됐다"고 덧붙였다.
발전소 인근 한전 관할 송변전설비에 발생한 피해·고장 사례의 경우 분석 결과 원전 정지와는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원안위는 밝혔다.
이는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이 밝힌 원인과도 어느정도는 일치한다. 한수원은 사고 직후인 지난 9일 "원전에 근접한 강력한 태풍에 의한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다량의 염분이 발전소 부지내의 전력설비에 유입돼 고장이 발생했다"며 "발전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동작해 발전이 정지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한수원의 발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원안위와 한수원이 각각 원인조사와 대책 추진을 미루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자칫 원자로의 냉각기능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소외전원상실 사고가 발생했는데 국민들에게 3주간 아무런 보고 조차 없었다는 점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태풍에 날려 온 소금기에도 전원상실사고가 발생하는 지경인데, 더 큰 자연재해에 과연 우리 원전의 안전성이 과연 확보될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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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원안위와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이날 향후 대책을 내놨다. 원안위는 "고리2·3·4호기와 월성2·3·4호기, 한빛1·2호기의 주변압기·대기변압기·계기용변성기 등 구간을 밀폐설비로 변경하는 등 외부 노출부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태풍 등 자연재해 영향범위를 고려해 사전에 출력감발 또는 예방적 가동정지 등 원전의 안전한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전 관리영역에 대해서도 유사한 피해 재발방지를 위해 염분에 강한 재질로 애자를 교체하는 등 설비를 보강하고, 지리·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전력설비의 안전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손상부품 교체와 염분제거 등 정상운전을 위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조치가 완료되면 이를 철저히 확인해 원전 재가동을 허용하고, 송전설비 관리 프로그램을 반영한 관련 절차서 마련 등 재발방지대책의 이행계획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