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분할 현실화되나

미국 하원, 보고서 발간…민주당 "사업분할·인수제한 등 제재 필요"

인터넷입력 :2020/10/07 10:27    수정: 2020/10/08 09: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왔다.”

미국 하원이 16개월 동안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4대 IT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한 보고서가 마침내 공개됐다. 특히 민주당은 독점금지법을 고쳐서라도 거대 IT기업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CNBC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진=씨넷)

보고서는 450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이 보고서를 위해 많은 공청회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130만 건 이상의 서류를 검토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거대 IT 기업들의 독점적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선 일부 사업을 분할하거나, 기업 매입을 좀 더 힘들게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우선 민주당 의원들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일부 사업을 분리하고, 인근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권고대로라면 구글은 유튜브를, 페이스북 역시 왓츠앱을 떼내야 한다.

또 반독점 규제 기관들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합병을 경쟁 방해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선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합병이 경쟁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 보고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들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테면 구글이 비교 쇼핑 검색 때 자신들의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규제 대상이다.

또 지배적인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경쟁사업자와 호환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구조적 분할 같은 제안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4대 IT기업이 어떤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는지도 서술했다.

페이스북: 온라인 광고 시장 지배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와 소셜 네트워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휘둘렀다. 특히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인수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이후 경쟁기업들을 억눌렀는지 여부는 많은 반독점 관련 조사자들이 주목해 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어떤 기업을 인수할 때 “경쟁에 피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마존: 서드파티 판매업자에게 횡포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은 ‘서드파티 판매자’와 공급 사업자 다수에게 독점 권력을 휘둘렀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소매 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점유율은 과소 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50%를 웃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아마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서드파티 판매업자와 관계 측면에서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은 지금 정점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이런 지위를 이용해 서드파티 판매업자를 다룰 때 포괄적인 반경쟁적 행위를 자행해 왔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특히 아마존은 겉으로는 서드파티 판매업자들을 ‘파트너’라고 부르고 있지만 내부 문건에선 ‘내부 경쟁자’로 지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서프파티 판매업자를 유치하는 시장 운영자 역할 뿐 아니라 해당 시장에서 판매자 역할까지 동시에 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아마존의 지위 때문에 이해 충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애플: 앱스토어 독점 심각 

애플은 앱스토어 시장 독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iOS 기기에서 소프트웨어 앱을 배포하는 시장에서 경쟁 방해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는 소비자와 앱 개발자 모두에게 엄청난 혜택을 안겨 주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운영체제와 앱스토어 통제력을 이용해 경쟁 장벽을 만들고 있으며, 라이벌들이 (앱스토어에서) 노출될 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앱스토어에서 부과되는 수수료 문제와 함께 경쟁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애플은 iOS 기기의 소프트웨어 배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자와 경쟁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앱 개발자들의 품질과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에겐 가격 인상이란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긴밀하게 연결된 독점 생태계 운영 

구글은 검색과 검색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보고서는 구글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독점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광범위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를 서로 연결하면서 독점 지위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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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정보 불평등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구글은 시장 전반에 걸쳐 실시간으로 정보를 추적하고 있으며, 이 정보들은 구글의 덩치를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검색 시장의 독점적 관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구글이 “유료 광고와 유기적인 검색 결과 간의 구분을 흐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