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애플·아마존·구글 '독점기업' 공세에 땀뺐다

미국 하원 청문회…플랫폼 사업자 횡포 집중 거론

인터넷입력 :2020/07/30 09:29    수정: 2020/07/30 10:4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4대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호된 시간을 보냈다. 비즈니스 관행을 비롯한 여러 반독점 이슈들에 대한 미국 의원들의 날선 질문을 받아 넘기느라 진땀을 뺐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팀 쿡을 비롯한 4대 IT 기업 CEO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 해부터 13개월 동안 계속된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반독점 관행 관련 조사에 마침표를 찍는 자리였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는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해 선다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출석했다.

미국 4대 IT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출석한 반독점 청문회가 열렸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의원들은 상당한 자료를 준비하고 청문회에 임했다. 이메일 같은 기업 내부 자료 뿐 아니라 4대 IT기업들의 반독점 비즈니스 관행 때문에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얻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날선 공격을 퍼부었다.

"팬데믹 이후 4대 기업 독점 더 심화"

데이비드 시실린 반독점소위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4대 IT 기업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독점 기업들이 다른 사업자를 압살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원들은 특히 구글을 집중 공격했다. 시실린 위원장과 공화당의 켄 벅 의원은 구글이 중소 경쟁사의 디지털 콘텐츠를 훔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글이 크라우드 소싱 리뷰 포럼으로 유명한 옐프에 대해 가한 제재를 예로 들었다. 옐프가 우려를 표하자 구글이 검색 목록에서 제거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시실린 의원은 “구글이 옐프에게 한 행동은 당신의 콘텐츠를 훔치거나, 웹 사이트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면서 “이것은 반경쟁 행위가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대해 피차이 CEO는 직접 대답은 피했다. 대신 그는 “내가 회사를 운영할 때는 이용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면서 “우리는 가장 높은 기준을 갖고 행동한다”고 대답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씨넷 방송화면 캡처)

의원들은 또 구글의 이용자 정보 관리 실태와 함께 유튜브와 더블클릭 인수 건에 대해서도 집중 거론했다.

청문회에 처음 출석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 관련 질문을 주로 받았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 내의 각종 판매 정보를 자사 제품 개발에 활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자신들이 직접 생산하는 제품을 경쟁사 상품보다 우대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예상대로 한 때 라이벌이었던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인수 관련 문제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4대 기업 CEO 중에선 팀 쿡이 비교적 수월한 시간을 보냈다. 이는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이 주 사업 분야에서 확실한 선두 기업인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시장 1위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씨넷이 전했다.

대신 애플은 앱스토어 플랫폼 상의 각종 횡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원격화상회의로 진행…청문회장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썰렁 

이날 청문회는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원격회의로 진행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4명의 CEO가 의회에 직접 출석해서 선서를 하는 장면은 보기 힘들었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손을 들고 선서했다.

청문회가 개최된 회의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원격 청문회로 인한 달라진 풍경도 연출됐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이날 청문회에서 CEO들은 중간에 의원들이 끼어들어서 질문을 하는 동안에도 준비한 발언을 까지 이어가기도 했다.

데이비드 시실린 위원장 (사진=씨넷 방송화면 캡처)

4개 기업 CEO들은 청문회 하루 전날 모두 발언 내용을 사전 배포했다. 기업들마다 처한 환경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많은 경쟁자들에 둘러쌓여 있으며,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관련기사

이날 청문위원들은 4대 IT기업들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경쟁을 억압하며, 중소 기업들을 자신들의 조건에 맞추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경쟁자를 인수하거나, 경쟁사 비즈니스 모델을 베끼는 등의 방법으로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원 반독점소위는 13개월 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거대 IT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제안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회사 분할 등을 권고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