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는 지원 수단입니다. AI를 위한 AI 도입은 지양해야 합니다"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겸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는 6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2020 전자, 통신 산업 AI융합전략 최고경영자 과정'에 강연자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이 행사는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지능정보산업진흥회가 주최 및 주관했다. 전자, 통신 산업 분야 경영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최 전 장관은 "오늘 강연 메시지를 한 마디로 줄이면 AI=사람"이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산학 박사인 최 전 장관은 2014년 7월부터 약 3년간 옛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냈다. 2019년 5월부터 서울대학교 AI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지난 8월 서울대를 정년 퇴임해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최 전 장관은 AI는 알고리즘이고 소프트웨어(SW)라면서 "AI 도입에는 최고경영자 이해와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무작정 도입하지 말고 테스트 프로젝트와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관 시절을 회고하며 "AI와 빅데이터는 양 날개다. 그래서 AI와 데이터를 결합한 정책을 폈고, 지능정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이 말이 이제 새로운 단어로 자리잡았다"고 들려줬다.
AI 정의에 대해 "개념으로 하는 것과 영향으로 하는 것 등 두 가지가 있다"면서 "60년 역사를 지닌 AI가 최근 성공한 것은 기초이론(알고리즘) 발전, 컴퓨터 성능 약진, 빅데이터(IoT, SNS 등) 급증, 다양한 응용 분야 등 네 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AI의 성공 분야로는 언어 이해, 컴퓨터 비전(검사 안면인식 물체인식), 로봇, 자율주행, 금융 분석 및 예측, 의료 진단, 물류, 미디어 등을 꼽았다. 이어 "언어 이해와 컴퓨터 비전 두 가지를 세계서 제일 잘하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해석했다.
AI 범위는 코어(핵심 기초이론, 알고리즘 등), 시스템(부품/하드웨어/소프트웨어/시스템), AI응용 및 융합(X+AI) 등 3가지로 구분하며 "해당 산업(X)에 AI를 적용해 그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게 중요하므로 'AI+X'보다 'X+AI'라는 용어를 쓴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 금융, 국방, 의료, 교육, 게임, 바이오, 스마트시티, 스마트 공장, 교통 등을 거론하며 "AI적용으로 혁신이 가능한 분야(X)가 매우 많은데 특히 나는 농업을 제일 처음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농업은 기후 온난화 등으로 해마다 경작 비용이 높아지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AI로 이를 해결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AI가 가져올 혁신의 대표 분야는 의료, 통신, 소매, 금융, 정부, 미디어, 교육, 농업, 교통, 도시, 공장 등을 꼽으며 "정치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AI 성공 기업은 의료 AI 기업인 루닛과 뷰노, AI토익 기업인 뤼이드를 꼽았다. 또 스탠포드 교수가 나와 창업한 임파서블 버거를 거론하며 "이것도 AI가 없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AI 분야 문제와 이슈로는 개인정보보호, 양극화, 인간성 상실, 일자리, 윤리, 진실과 거짓, 교육, 갈등의 심화를 들었다. 최 전 장관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가공 및 배포 할 수 있는데 이는 인류, 아니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우려했다. 또 개인 데이터를 언급하며 "AI와 결합하면 막대한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데 한국, 미국, 중국, 유럽이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법과 강도가 다르다. 징벌적 배상을 도입한 미국은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나면 실수 든 고의든 기업이 망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하위 20% 대비 상위 20% 소득이 2015년 이후 상승했다.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최 교수는 AI가 격차를 벌리는가?라고 물으며 "AI가 포지티브하게 작동할 지 네거티브하게 작동할지 정답은 없다. 일반적으로 AI를 알면 소득이 높고, 모르면 낮다. 그래서 노르웨이 등 세계 각국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AI를 가르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만든 오리지널 다큐 '거대한 해킹(The Great Hack,2019)'을 소개하며 AI와 가짜 뉴스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인간의 총 노동시간이 지금보다 50% 정도로 줄어든다. 최 교수는 "일자리가 반으로 줄어드는게 아니라 인간의 노동 시간이 반으로 감소한다"면서 "일자리와 노동 시간과는 개념이 다르다"며 일자리 축소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트롤리 딜레마'를 제시하며 AI기기에 윤리를 가르쳐야 하는 지 물었다. '트롤리 딜레마'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롤리 환경을 통해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 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이다.
특히 최 전 장관은 "챗봇은 윤리적이여야 한다"며 챗봇의 윤리 준수 평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직 이 메커니즘을 만든 곳이 세계적으로 없는데, 국내 기업이 이 걸 만들어 세계 모든 챗봇 기업이 승인 받으러 한국에 오게 하자고 제안했다. 최 전 장관은 "2년전부터 국내 기업에 이 툴을 만들라 했는데 아직 만든 곳이 없다"며 미소지었다.
또 "교육 혁명의 근본은 AI와 온라인"이라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컴퓨터 공학 석사 학위를 주는 미국 조지아텍을 소개했다. 조지아텍은 2013년부터 등록 학생수가 6360여명인데 이중 미국 시민과 거주민은 70.2%에 불과하고 국제학생이 29.8%라는 것이다. 교육 혁신을 위해 학위, 커리큘럼, 교육 방식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유연한 학사구조와 AI 등 과학기술 기반을 강조했다.
특히 AI가 도서관을 크게 바꿀 수 있다며 미래의 도서관 모습인 '도서관 4.0'을 강조했다. 전자도서관을 뛰어 넘는 '도서관 4.0'은 AI를 최대한 활용한 도서관이다. 연구용 데이터셋을 자유롭게 업로드 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또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서관과 이용자가 양방향으로 교류 한다. 연구 논문과 데이터 등은 오픈 액세스로 공개된다.
최 교수는 AI가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책 읽어주기 ▲챗봇으로 이용자 안내 ▲문서 자동 요약(summarization) ▲자료 자동 인덱싱(indexing) ▲비슷한 자료 찾아주기 ▲정확한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계산하기 ▲이용자 맞춤 서비스 및 추천 등을 들었다.
AI 정책 중 중요한 게 창업이라며 창업도 강조했다. 8월 현재 한국 유니콘 갯수는 11개(쿠팡, 블루홀, 옐로모바일, 우아한 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위메프, 아프로젠, 야놀자, L&P 코즈메틱스, GP클럽)다. 최 교수는 "AI를 도입하지 않았으면 이런 회사들이 존재했을까?" 물으며 "한국에 유니콘이 30개는 돼야 한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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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닥친 삼각 파고로 전염병과 미중갈등, 불안정을 들며 "블록 경제가 후퇴하는 각자도생과 국제 분업이 쇠퇴하는 디커플링, 사회안전망 부상, 중앙권력 강화, 산업 재편 같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이에 대한 한국의 선택으로 "혁신과 창의 기반 경제구조로 올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 행사는 무료로 6일을 시작으로 11월 3일까지 매주 화요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찬으로 진행된다. 1과정에 이어 2과정이 11월 10일부터 12월 중순까지 한차례 더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