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오운(五雲)문화재단은 28일 제20회 우정선행상(牛汀善行賞)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대상에는 팥죽집을 운영하며 40여년 간 12억원 넘게 기부해 온 김은숙 씨가 선정됐다. 역대 우정선행상 대상 수상자 가운데 최고령이다.
김 씨는 1976년 서울 삼청동에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이라는 팥죽집을 차린 뒤 주변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눔을 시작했다. 친어머니에 이어 딸까지 같은 정신질환을 얻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나눔을 실천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200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달 50만원 씩 기부하던 것을 해를 거듭하며 월 300만원까지 기부금을 늘렸다. 작년엔 사별한 남편의 유산인 아파트도 팔아 9억 원을 기부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12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2억원은 딸이 진료를 받는 서울특별시은평병원에 지정기탁해 형편이 어려워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성인 정신질환자들을 위해 쓰도록 했다. 이 병원 입원환자 40% 이상이 취약계층으로 김 씨의 기부에 힘입어 작년 65명의 환자에게 6천500만원 상당이 지원됐다. 별도로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에게도 매달 두 차례씩 간식 나눔을 꾸준히 하며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의 힘든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 가족 같은 마음으로 후원해왔다.
오운문화재단은 “수입이 있다고 해도 기부를 하기 어렵고, 남편의 유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하지 않고 전액 기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데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김 씨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며 “아픈 개인사를 비관하기보다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자신보다 더 아픈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김 씨의 선행은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크나큰 울림과 귀감이 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본상에는 ‘사랑의 샘터 ECB‘가 선정됐다. ECB는 Emergency Call Bank(긴급지원은행)의 줄임말로, 2004년 가족 해체와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실질 빈곤층들에게 안전망이 되어주기 위해 생긴 서울 중랑구 지역 자조단체이다. 정기기부회원들의 모금액과 바자회 등을 통해 모금한 기금을 바탕으로 올해 8월 말까지 위기 상황에 처한 299가구에 2억8천여만 원을 전달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본상에는 29년간 보육원 아이들의 주치의이자 멘토가 되어온 송헌섭(63, 전북 익산) 씨가 선정됐다. 1990년 소아청소년의원을 개원한 뒤로 지금까지 전북 익산의 아동양육시설인 기독삼애원(옛 기독영아원)에서 의료봉사는 물론 학습지원봉사를 펼쳐왔다. 분유와 난방비는 물론 장학금까지 기부하며 보육원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지막 본상에는 사단법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설립해 19년간 학교폭력 피해자 치유에 앞장서왔던 조정실씨가 선정됐다. 2000년 당시 중학교 2학년 딸의 학교폭력 피해를 계기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 인권 보호와 치유를 지원하는 법률 개정을 이끌었다. 아울러 국내 유일의 학교폭력 피해자 전담 치유기관인 ’해맑음센터‘를 운영하며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과 연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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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특별상에는 2010년 제10회 대상을 수상한 ’손빛회‘가 선정됐다. 손빛회는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역봉사를 하는 순수민간단체로, 수상 이후에도 꾸준히 점자도서 변환작업 봉사를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전자도서 교정작업으로까지 봉사 영역을 넓혀왔다. 특별상은 우정선행상 수상 이후에도 선행을 이어가는 역대 수상자에게 주어진다.
오운문화재단은 2001년부터 매년 우정선행상 시상식을 개최하며 우리 사회의 숨겨진 선행∙미담 사례를 널리 알려왔다. 올해는 20회를 맞이해 시상 부문을 개편하고 대상 시상자 상금을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증액하는 등 총상금을 1억5천만 원으로 늘렸다. 그간 우정선행상 수상자를 매년 4월 발표해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심사 일정이 연기돼 이날 발표했다. 시상식은 10월 말 개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