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20 팬에디션(FE)'을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팬에디션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가성비를 앞세운 고사양의 중가 제품으로 라인업을 강화하고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밤 온라인으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S20 FE를 공개했다.
갤럭시S20 FE는 올 상반기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0'의 보급형 모델이다. 고사양은 유지하되, 가격은 100만원 이하로 낮춘 점이 특징이다.
■ 갤럭시S20 FE, 갤럭시S20과 무엇이 다를까
갤럭시S20 FE는 갤럭시S20 일반 모델(6.2인치)보다 조금 큰 6.5인치 FHD+ 슈퍼 AMOLED 디스플레이에 똑같이 펀치홀 디자인을 적용했다.
특히, 갤럭시S20 FE는 갤럭시 팬들이 선호했던 기능인 120Hz 고주사율을 지원한다. 120Hz 고주사율은 갤럭시S20 시리즈 때 인기가 많았던 기능으로, 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지원되는 기능이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부드러운 화면 전환 및 게이밍 경험이 가능하다.
전면에는 갤럭시S20 일반 모델보다 화소 수가 높은 3천2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후면에는 ▲1천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천2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로 구성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광각 및 초광각 카메라는 갤럭시S20 일반 모델과 같지만, 망원 카메라는 6천400만 화소의 망원 카메라를 탑재했던 갤럭시S20 일반 모델보다는 화소 수가 낮아졌다. 단, 광각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는 모두 손떨림방지기능(OIS)을 지원한다.
갤럭시S20 일반 모델과 마찬가지로 최대 3배 광학 줌을 지원하며, AI 기반 슈퍼 레졸루션 줌 기능을 결합해 최대 30배 줌 촬영이 가능하다. 갤럭시S20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싱글 테이크, 슈퍼 스테디, AI 기반 사진 추천 기능 등이 지원된다.
갤럭시S20과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스냅드래곤865를 채택했다.
IP68 등급의 방수방진을 지원하고, 갤럭시S20과 마찬가지로 25W 초고속 충전과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또 갤럭시S20+ 모델과 같은 4천500mAh 배터리를 장착했다.
갤럭시S20 FE는 국내에는 5G모델로만 출시된다. 5G 모델은 6GB램에 128GB 내장 메모리를 갖췄으며, 마이크로SD 슬롯을 통해 최대 1TB가 지원된다. 갤럭시S20 일반 모델과 내장 메모리 용량은 같지만, 램 용량은 줄어들었다. 갤럭시S20 램 용량은 12GB였다.
■ 낮아진 가격·다양한 색상으로 4분기 확판 주력
갤럭시S20 FE는 낮아진 가격과 다양해진 색상을 내세워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올 전략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상반기 부진했던 갤럭시S20의 판매량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전작의 60~8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0 FE 출고가는 80만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갤럭시S20(124만8천500원)보다 30만원 정도 낮아진 가격이다. 고사양 제품을 쓰고 싶지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기는 꺼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소구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0 FE는 갤럭시노트 급의 성능인데 가격은 훨씬 싸기 때문에 갤럭시A시리즈와 같이 중가폰을 썼던 소비자들도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가 스마트폰 판매는 최근 들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으로 타격을 받은 스마트폰 시장은 6월 들어 중가 모델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0%까지도 올라갔던 800달러대 이상 고가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최근 들어 10%대 초중반대로 내려온 상황이며 반면, 그 아래 중가대 제품 비중은 확연히 늘어났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고가 프리미엄 모델 판매는 예년 대비 부진한 반면, 중가 모델은 견조한 판매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지난 5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SE를 비롯해 삼성의 갤럭시A71, A51 등 A시리즈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고사양의 중가 제품을 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의 경우 300달러대 근처의 5G 스마트폰을 내세워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입지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고사양이지만 가격대를 낮춘 팬에디션을 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 FE를 공개하면서, 앞으로 플래그십 모델의 팬에디션을 매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정 연구원은 "삼성이 이례적으로 기존 플래그십 모델에서 가격을 낮춘 프리미엄 보급형 모델로 갤럭시S20 FE를 출시하며 중가 제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라인업을 강화하고, 4분기 확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갤럭시S20 FE는 가격 대비 최고의 만능 안드로이드 폰 중 하나로 평가되는 등 시장 반응도 현재 상당히 고무적이기 때문에 삼성이 갤럭시S20 FE를 통해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 일부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20 FE가 다음 달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12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폰12 출고가는 649달러(75만6천원)에서 749달러(87만2천원)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비슷한 가격대에 아이폰과 같이 다양한 색상을 준비해 아이폰12 수요를 갤럭시로 끌어오려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 이번 제품의 색상을 클라우드 레드·클라우드 오렌지·클라우드 라벤더·클라우드 민트·클라우드 네이비·클라우드 화이트 등 6가지로 다양화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도 퍼플·그린·옐로우·블랙·화이트·레드 등 6가지 색상으로 구성됐었다. 단, 갤럭시S20 FE는 국내에서는 오렌지를 제외한 나머지 5가지 색상만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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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2 시리즈의 저가 모델을 견제하기 위해 비슷한 가격, 다양한 색상으로 아이폰12 출시 시점보다 빠르게 내놓는 것 같다"며 "특정 층을 타깃한 폰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세그먼트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0 FE 국내 출시일은 다음 달 16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예약은 다음 달 6일부터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