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AMD 데스크톱·노트북용 프로세서 일부 제품군의 공급 지연 현상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일반 소비자용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이달 초순 이후 재고 부족 문제가 상당히 완화됐지만 PC 제조업체는 여전히 B2B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AMD는 "제품이 경쟁사(인텔) 대비 뛰어나서 잘 팔리다 보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세서를 위탁생산하는 TSMC의 수주 상황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 "국내 일반 소비자용 물량 부족 현상은 해결"
AMD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중 일부 제품은 지난 8월 초부터 국내외 시장에서 재고 부족 현상을 겪었다. 가장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라이젠 5 3600 프로세서 가격은 한 때 3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이 프로세서의 국내 판매 가격은 7월 말 20만원 전후이던 것이 상승을 거듭해 이달 초 3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라이젠 5 3600과 마찬가지로 6코어, 12스레드로 작동하는 인텔 코어 i5-10400 프로세서로 돌아서기도 했다.
AMD 프로세서 국내 판매 담당사 관게자는 "현재 국내 공급되는 조립PC용 프로세서 제품의 재고는 이미 충분한 수준이다. 문제가 된 라이젠 5 3600은 일시적으로 재고가 부족했던 탓에 주요 업체들이 재고를 확보하느라 약간 지연이 생기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1일 현재 AMD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가격은 이달 8일 기준으로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 역시 "라이젠 7 3800XT 등 일부 제품의 국내 재고량은 충분한 수준을 넘어서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다"고 설명했다.
■ PC 제조업체들 "공급량 여전히 문제 있다"
그러나 국내외 PC 제조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데스크톱·노트북용 프로세서 모두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량 관련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제조사 핵심 관계자 A씨는 "노트북용 4000 시리즈 프로세서(르누아르)는 라이젠 5 4500U, 라이젠 7 4700U·4800U 모두 지난 7월부터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국내 중견 PC 제조사 관계자 역시 "AMD 프로세서는 현재 데스크톱·노트북 프로세서 모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포트폴리오를 인텔 코어 프로세서 위주로 재조정하고 급한 물량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구해 오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슬림 노트북 등에 쓰이는 프로세서 중 최상위 제품인 라이젠 7 4800U는 현재 국내에 단 한 개 제품만 출시된 상황이다. 이마저도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국내 주문 이후에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 AMD "제품이 잘 팔려서 일어나는 일"
AMD 역시 라이젠 프로세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단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품이 경쟁사(인텔) 대비 뛰어나 잘 팔리다 보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AMD는 지디넷코리아에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데스크톱용 라이젠 3000 시리즈는 일부 지역에서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황"이라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추가 물량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트북용 프로세서 부족 현상에 대해서는 "라이젠 4000 시리즈 프로세서 판매량이 AMD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이는 뛰어난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 때문이다. 제품 생산량을 늘려 요구에 부응하고 노트북 시장의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 프로세서 전량 TSMC에 의존..유연한 대처 어려워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공급 문제 원인을 AMD의 수요 예측 실패나 판매량 증가가 아닌 TSMC의 생산 능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AMD가 라이젠 프로세서를 더 많이 찍어내고 싶다 해도 현재는 이를 쉽게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와 라데온 그래픽칩셋 뿐만 아니라 올 연말 출시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시리즈X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도 AMD가 설계해 TSMC에서 생산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애플 A시리즈 AP,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 시리즈도 TSMC가 생산한다. 인텔 역시 자체 개발한 그래픽칩셋 중 Xe HPG 등 일부 제품을 TSMC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 리사 수 CEO "7nm 공정은 빠듯하다"
이처럼 다양한 회사가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보니 AMD 등 특정 회사의 생산량만 늘려 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월 "TSMC의 7nm 공정 생산 능력은 2021년 상반기까지 완전히 채워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말 실적발표에서 리사 수 AMD CEO 역시 "예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다시 말하자면 7nm 공정은 빠듯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TSMC는 최근 위탁생산하고 있는 소니 PS5 내장 프로세서의 수율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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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16일에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PS5에 탑재될 프로세서의 수율이 50%에 불과하며 이 때문에 소니는 PS5 초기 생산량을 당초 계획한 1천500만 대에서 1천100만 대로 줄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니는 PS5 생산량 감축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소니는 해외 주요 게임 매체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생산 관련 세부 정보는 제공할 수 없지만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대량 생산 단계 이후 PS5의 생산 대수는 바뀐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