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댄스의 틱톡이 오라클 품에 안기는 모양새다. 단, 사업부 인수 대신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란 특이한 방식의 계약이 거론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오라클이 틱톡 인수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 사업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매각을 압박하고, 20일까지 사업부문 분리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당초 마이크로소프트의 틱톡 인수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바이트댄스의 협상은 결렬됐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틱톡을 인수하는 형태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매체마다 조금씩 다른 뉘앙스로 틱톡과 오라클의 거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틱톡 인수 경쟁에서 오라클이 승리했다며, 오라클은 틱톡의 미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 역할이며, 명확한 매각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인수경쟁에서 승리했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 인수가 거절되고, 틱톡의 기술 파트너로 오라클이 선택됐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오라클이 틱톡 앱의 소유권을 갖는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오라클이 바이트댄스의 기술적 파트너이고, 틱톡 미국 사용자 데이터의 관리를 인수한다고 했다. 오라클이 틱톡 미국 자산 확보를 협상중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보도내용을 종합하면,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오라클에 완전히 매각하는 형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틱톡의 알고리즘을 외부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상도 결렬됐다. 오라클에도 알고리즘까지 넘기진 않을 전망이다.
대신 오라클은 틱톡의 미국 내 이용자 데이터와 인프라를 관리 혹은 소유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트댄스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틱톡 미국 가입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미국 틱톡 사용자의 모든 행위, 정보 등을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또 미국 내 저장된 정보를 싱가포르 등지로 백업하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틱톡을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라클이 미국 내 틱톡 사용자 정보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지리적으로 미국 대륙 내부에 가두는 식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동안 틱톡에 제기된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긴 부족하다.
뉴욕타임스는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법률책임자가 틱톡을 연구했을 때 두가지 잠재적 보안 위협을 발견했는데, 첫째는 현행 및 신규 연방 보안법률 위반"이라며 "둘째 위협은 불투명한 정보"라고 전했다.
또 "틱톡의 중국 엔지니어가 사용자 추적에 영향을 미치는 코드와 알고리즘을 설계하지 않는다고 틱톡에서 보증하는 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코드와 알고리즘을 검토할 수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틱톡 서비스의 데이터, 소스코드 및 알고리즘을 미국으로 완전히 가져와야 잠재적 보안위협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라클과 바이트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연방정부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고, 백악관과 연방정부에서 오라클 지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어떤 형태로든 거래 성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다만, 실질적인 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한 부분이 암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져왔다는 것을 성과로 알리고 싶어하는 상황이므로, 향후 논의 진행 양상은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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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창업 이래 한번도 일반개인을 위한 서비스나 제품을 다루지 않은 회사다. 인터넷 서비스 운영 경험이나 개인소비자 대상 사업 역량이 내부에 전혀 없다.
현재 오라클의 사업 포트폴리오 상 틱톡의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연관된다. 틱톡 단일 서비스를 오라클에서 운영한다고 해서 당장의 큰 시너지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이 틱톡과 바이트댄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중인지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