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2K의 NBA2K21, 전작과 달라진 점을 찾아서

새로운 슛 시스템으로 지나치게 어려워진 게임...변화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움 커

디지털경제입력 :2020/09/11 12:39

2K가 농구 게임 시장의 절대강자 NBA2K 시리즈의 최신작 NBA2K21을 출시했다. 1999년에 세가의 드림캐스트로 첫 출시된 이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이 게임은 농구게임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일렉트로닉아츠(EA)의 NBA 라이브 시리즈의 흥행을 단숨에 뛰어넘으며 농구게임 시장의 대세가 됐다.

다. 각 선수마다 각기 다른 슛 폼을 구현하고 이에 맞춰 슛 타이밍도 제각기 변화를 줬으며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에 슛과 드리블 동작을 모두 할당해 드리블 중에 자연스럽게 풀업점퍼나 레이업과 덩크슛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선수 하나의 커리어를 따라가며 데뷔부터 리그의 슈퍼스타가 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시도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NBA2K 시리즈가 쌓은 NBA 농구 게임의 마일스톤은 샐 수 없이 많다.

NBA2K21 일반판 표지 모델 데미안 릴라드.

2K는 NBA2K21의 표지모델로 NBA의 대표 포인트가드 데미안 릴라드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를 표지 모델로 내세워 NBA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시 전 새로운 슈팅 시스템을 도입해 게임에 깊이를 더하겠다는 소식을 전하며 기대치도 높였다. 특히 전작인 NBA2K20이 NBA2K19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터라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NBA2K21은 전작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 했다. 인터페이스와 게임 내 프레젠테이션 화면은 모두 전작과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프타임 리포트와 경기 후 결과창의 형태까지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

인게임 그래픽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게임의 경우 그래픽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NBA2K20의 그래픽 품질이 최고 수준에 달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NBA2K21이 차세대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로도 출시될 예정이기에 더욱 발전된 그래픽은 차세대 콘솔 버전에서 선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래픽 표현에 제한을 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기는 부분이다.

게임의 재미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변화가 부족하다.

인게임 밸런스에 대해서는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역대 가장 득점하기 어려운 NBA2K 시리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거에도 득점이 나오지 않는 시리즈가 있었지만 NBA2K21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과거에는 대인수비가 너무 강력해서 드리블 돌파가 힘들거나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능력이 너무 높아 공을 돌리지 못해 공간 창출에 어려움이 생겼던 것이 원인이었다면 이번에는 슛을 림 안에 넣는 것 그 자체가 어렵다.

슛 하는 선수 앞에 상대 수비수가 약간의 컨테스트만 걸어와도 슛 성공률이 급감한다. 드리블 돌파는 여전히 잘 통하는 편이지만 기껏 상대를 제쳐놓고도 반발짝 뒤에서 걸어오는 상대의 수비에 레이업을 실패하는 경우도 흔하다.

타이밍에 맞춰 입력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정확한 지점을 겨냥하도록 하는 새로운 슈팅 시스템은 득점 실패 확률을 더욱 높였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슛을 던지는 타이밍은 물론 슛을 정확히 겨냥하는 과정까지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모두 수행하게 된다. 신경써야 할 요소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인데 조준 보정이 채택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선에 맞추지 않으면 슛이 죄다 빗나간다. 엘리트 가드들이 와이드 오픈 찬스에서 에어볼만 줄창 던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건 한두번이면 몰라도 크게 즐거운 장면은 아니다.

NBA 슈퍼스타 선수의 모델링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농구는 한 경기에 양팀 합쳐 약 200회 이상의 슛이 오가는 경기다.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빈도도 너무나 잦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옵션에서 슛 방식을 선수의 실제 성공율에 기반하도록 변경하면 선수의 스탯과 슈팅 상황에 맞춰 슛 성공률이 계산된다. 이렇게 하면 적당히 슛이 실패하고 성공하며 불쾌하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에는 정말로 전작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관련기사

물론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와 선수가 충돌할 때 힘이나 체급에 밀려 상대가 튕겨나가거는 경우가 잦아져서 골밑에서 리바운드 경합을 할 때 빅맨이 가드에게 어처구니 없이 밀리는 일은 거의 없다. 리바운드를 위함 몸싸움 과정에서 상대 가드가 튕겨나가듯이 경기장 밖으로 밀려나가 아군의 속공 기회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게임 중에 겪게 되는 상황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변화가 NBA2K21가 전작보다 크게 발전한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는 없다. 이번 세대 콘솔로 출시된 마지막 NBA2K 시리즈는 다소 아쉬운 입맛만 남기게 됐다.